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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포스트는 공식 룰북에 수록된 언성 듀엣 시나리오 「둘만의 행복」 을 유키모모 기반으로 플레이한 로그입니다.
따라서 시나리오의 전반적인 내용에 대한 핵심적인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플레이를 희망하시는 분은 주의해주세요. 또한 캐릭터 붕괴 등에 민감하신 분께는 열람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언성 듀엣 시나리오 【둘만의 행복】
이 시나리오에서는 스토리 프래그먼트를 획득해 감에 따라, 보다 깊게 이계 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이 수치를 이계심도라고 하며, 이 이계심도에 따라 각 지역의 상황묘사가 달라집니다.
챕터 0 「각기 다른 곳에서」 : 이계심도 4
슬슬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스케줄이 끝나고 밤 늦게 집으로 돌아왔네요.
쉬고 있을 무렵, 갑자기 전화가 울립니다. 유키에게서네요.
요즘 상태가 이상해 보인다 싶더니, 이렇게 늦은 밤에 연락이라뇨? 유키 답지 않게.

"유키? 이 밤중에 갑자기 웬 전화야?"

기껏 전화했더니. 퉁명스럽게 대꾸합니다.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면서 어리광 부리는 투에서는 퍽 부드러운 기색이지만요. 침대 위에 누워서 꾸물대고 있으면 역시 자기 싫어져서. …요즘엔 일찍 자는 것도 꺼림직합니다. 계속 나쁜 꿈을 꾸니까. …모모의 목소리 들으면 안심 되기도 하고, 잘 잘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모모도 좋아하지 않을까 싶은 것도 있지만요. 이불 속으로 파고들으며 끄응, 앓는 소리를 냅니다. 날이 추워서 난방을 틀었는데도 빨리 따뜻해지지 않네요. …모모랑 같이 자고 싶다. 스케줄이 바빠 영 힘든 얘기지만, 그래도 보고 싶으니까요.

시답잖은 잡담에, 적당한 과장을 섞어가며 이야기합니다. 뭐, 평소에 유키한테서 먼저 연락이 잘 안오는 건 사실이긴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자신이 쉴 틈 없이 먼저 연락을 하니까 그러는 거고. 그래도 그 많은 래빗챗에 꼬박꼬박 대답해 주는 유키, 상냥하잖아? 매정하다는 단어랑은 한 톨도 맞지 않으니까. …그나저나 목소리가 듣고 싶다니, 최근 그렇게 못 만났었나? 그래도 같이 게스트로 나갔던 버라이어티 촬영도 있었고, 음악 방송도 중간중간 있었고… 유키가 저렇게 칭얼거릴 정도로 못 만나진 않은 것 같은데. 요즘 일이 너무 힘들었나? 최근 상태도 안좋아 보였으니… 내일 아침에 오카링한테 얘기해 봐야지.

스케줄을 생각하면 슬슬 집으로 왔을 때가 되었다고는 생각했지만 타이밍이 잘 맞았네요. 여차하다가는 밥 먹는 모모를 방해했을지도 모르니까요. 이 시간에 식사라니, 불규칙한 생활 패턴에 마음이 쓰이지만. 자신도 마찬가지니까 뭐라고 할 수는 없네요. 그래도 모모가 좀 더 몸을 잘 챙겼으면 좋겠는데. 가뜩이나 불길한 꿈 때문에 더 신경이 쓰입니다. 건강한 거겠지. 잘 있는 거겠지. 조금만 떨어져 있어도 불안해요. 자신의 문제라는 것도 알고 있고, 어떻게 해결할 수 없지만. 모모에게 말해서, 혹시라도… 주의 시켜야 하는 게 아닐까 싶고요. …병원에 가야 하나. 정신이 그렇게 몰려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도 이 모양입니다.
"…오늘은 잠이 안 와서."

먼저 일이 끝나는 날이면 보통 유키가 끝날 타이밍에 맞춰서 연락하지만, 반대의 경우는 유키가 먼저 잠들어 버리니까. …유키도 피곤해서 그런거니 뭐라고 할 생각은 없지만? 이쪽이야 유키보다 체력도 있는 편이고, 고작 전화 통화 정도로 방해라고 투덜거릴 생각은 없습니다. …조금 불편한 사람이라면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전화하고 있는 상대는 유키니까.
"…뭐 걱정거리라도 있는 거야? 아니면 혼자 자는게 싫어서?"
그렇게 자는 걸 좋아하는 유키가, 제대로 잠들지도 못하고 이렇게 전화까지 한 걸 보면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걸까. 마음같아선 직접 얼굴 마주보고 얘기를 들어주고 싶지만, 오늘은 시간이 너무 늦었고. 내일은 겹치는 스케줄이 없으니까… 일 다 끝나고 잠깐 들르는게 좋으려나.

걱정거리라도 있냐는 말에 전부 털어놓고 싶어지지만, 역시 모모가 걱정하지 않을까 싶어서. 이렇게 상태가 안 좋을 줄 알았으면 모모네 집에 가서 기다리고 있는 건데. …꾸는 꿈을 생각하면 모모와 가까이 있는 것도 걱정이 되지만요. 아무래도 불길하니까. 며칠 씩이나 같은 꿈을 꾸는 건 역시 이상하지 않아? 실제로 일어나버릴 것 같으니까 걱정이 돼요. 그 탓인지 요즘은 나아가던 선단공포증도 다시 심해지는 느낌입니다.
"잠들 때까지 뭐라도 얘기해 줘. 좋은 꿈 꿀 수 있게."
모모가 나오는 꿈…은 평소에 꾸던 것과 다를 바 없으니. 모모랑 같이 데이트 하는 꿈이 좋겠어요. 지금이라면 모모가 야외 데이트 나가자고 해도 갈 수 있을 것 같아. 몸은 피곤하니까 당장은 무리지만, 오프에는 나갈까 싶네요.

시간이 너무 늦어서 가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던게 언제냐는듯 말을 바꿉니다. 유키의 약한 소리를 듣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게 더 싫으니까…. 그래도 완전히 잘 준비를 한건 아니니까 겉옷만 챙겨서 바로 이동하면 되고. 내일이 조금 피곤하겠지만, 유키가 푹 쉴 수 있다면 그정도 쯤이야.
"좋은 꿈? …아, 그럼 다음 오프 때 뭐 하고싶은지 얘기할까? 아직 안 정했으니까. 난 오랜만에 유키가 해준 요리 먹고 싶어! 오늘도 시간 없어서 적당히 편의점에서 사먹었단 말야. 아, 그리고 미츠키가 그러던데 단풍 엄청 예쁘게 물들었대! 며칠 전에 로케 다녀왔는데 엄청 보기 좋다고 하던데… 괜찮으면 같이 보러 갈래? 등산하기 싫으면 케이블카도 있으니까."
유키는 나가는 거 별로 안좋아하긴 하지만, 추워지면 더 나가기 싫어할 테고. 그래도 몸을 움직이는걸 싫어할 뿐이지, 예쁜걸 보는 건 좋아하니까 이정도는 괜찮지 않으려나.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데이트 코스를 줄줄 읊습니다. 차를 타고 멀리까지 나가야하는 것부터, 요즘 편의점에서 호빵을 팔기 시작했는데 신상품으로 나온 커스타드 크림 호빵이 꽤 맛있다는 이야기까지. 중간부터는 다음 오프 얘기인지, 근황 얘기인지 잘 모를 정도로 논지가 흐려지긴 했지만… 아무튼 뭐라도 얘기해 달라고 했으니까요.

아마 같이 겹치는 스케줄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둘만 있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 곤란할 것 같으니까요. …이런 걸 신경써야 한다는 게 싫어. 모모한테 멋진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데. 모모는 내일 아침부터 일정 있으니까, 이리저리 움직이게 하면 더 피곤할 것 같단 말이죠. 쉬고 있는데 전화 건 것도 미안한데. 평소에는 잘 안 하니까. …매정한가? 그렇게 생각하면 모모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좋네. 뭐 먹고 싶어? …편의점으로만 때우면 안되는데. 케이블카도 좋아."
다음 오프에는 성대하게 요리해줘야겠어요. 모모는 가뜩이나 움직이는 일 많으니까 더 잘 먹고 다녀야 하는데. 버라이어티도 그렇고, 말하는 일 많잖아요? 이쪽은 무게 잡으면서 한두마디 던지는 역할인데. 움직이기도 하고. 등산 가자는 얘기 하면서 편의점 음식 먹고 있다는 소릴 하다니. 물론 등산은 안 할거지만. 밖에 나가는 거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모모가 얘기한 것에 바로 승낙해버리는 것도 평소답지 않습니다. 그래도 케이블카 정도면 그렇게 움직이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모모와 얘기를 하고 있으면 걱정스러웠던 악몽도 서서히 잊혀집니다.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옆에 있는 것 같아서, 점점 올라가는 난방 온도 탓에 춥지도 않네요. 끌어안을 수 없다는 건 좀 슬프지만, 그래도 내일 볼 수 있으니까. 대기실에서 잔뜩 모모 충전 해야겠어요.

이야기하는 것도, 유키와 통화하는 것도 좋아하니까요? 정말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괜찮은지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 유키가 괜찮다고 하는데 너무 억지를 쓰는 것도 별로 좋은 모양새는 아닙니다. 어찌되었건 내일도 만날 수 있으니까요. 내일 보고 그때 가서 필요하면 스케줄을 조정하던가, 당분간 유키 집에서 출퇴근하는 방법도 있고요. 뭐때문에 이러는 건지도 제대로 얘기 안해주니까… 단순히 추워서 그런 거라면 다행인데.
"유키가 만들어 주는 거면 뭐든 좋은데… 역시 고기 요리! 오랜만에 분위기 내서 먹고 싶어. 스테이크라던가? 유키, 최근 별로 안마셨던 것 같은데, 와인 괜찮아? …냐하하, 안 그러려고는 하는데 이 시간이면 편의점 빼고는 열려있는 곳이 없어서. …진짜? 괜찮아? 그럼 미리 예약 잡아놓는다?"
이렇게 쉽게 허락할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잠이 안온다고 칭얼대고 있어서 그런 건가…?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런 때가 아니라 나중에 다시 한번 물어보겠지만, 유키가 멀쩡할 때 외출하자고 해서 긍정적인 답을 받는 건 눈물 섞인 연기라도 하지 않는 이상 어려우니까. 특히 산은. …일단 예약 해놓고, 유키가 가자고 했다고 잡아떼야지. 이런 데에서는 조금 약아야지 유키와의 데이트도 즐길 수 있다고요? 안그러면 매번 실내 데이트만 즐기게 된단 말이야. 그것도 나쁘진 않지만, 가끔은 유키랑 바깥 공기도 쐬고 싶고.
"…너무 늦게 자면 내일 힘들텐데. 아직도 잠 안와? 아, 전에 선물해줬던 모모쨩 대용 특대 사이즈 토끼 인형 껴안고 잘래?"

"…예약까지? …응. 알겠어."
예약 하면 정말 가야 하잖아, 싶은 생각이 잠깐 들었다가 정말 가려고 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사람 많은 곳인가보죠? 예약까지 해야 하는 걸 보면. 바로 얘기 꺼내는 걸 보면 정말 준비하고 있었던 것 같지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도 않습니다. 모모가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 다행이야.
"슬슬 졸릴지도…. 모모도 자야지. 마침 머리맡에 있으니까 꼭 안고 잘게."
모모보다 푹신하고 모모보다 큰 것 같기는 하지만. 토끼보다는 사람 사이즈에 비슷한 인형을 끌어당겨 제 옆에 눕혀놓습니다. 모모, 오늘도 좋은 향기 나네. 인형에 코를 대고 숨을 들이쉬면 세탁할 때 사용했던 섬유유연제 향이 납니다. 푸스스 웃으며 데굴거리네요.
"잘 자, 모모."

만약에라도 그렇게 되면, 유키는 분명 다시 돌아가자고 할테니까. 그게 아니더라도 조금 멀리 나가게 되면 확실하게 해야 유키가 나중에 다른 말을 안하니까. …전에 예약 안해뒀으니까 괜찮잖아, 라면서 대낮까지 이불에서 꾸물거렸지. 덕분에 외출 계획도 엉망진창이 되었었다. 처음부터 그럴 계획이었다는 것처럼 집에 요리 재료까지 다 갖춰놓은 유키의 철저함에는 조금 화가 났고. …맛있긴 했지만, 가기 싫었으면 미리 얘기해줘도 됐는데. 덕분에 이쪽도 데이트에 한해서는 유키의 호불호에 상관없이 밀어붙이게 됐지만. 야외 데이트도 재밌는데, 유키가 매번 그렇게 나오니까 오기가 생겨서.
"응, 나도 금방 잘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잘 자, 유키."
그 인형,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다행이네. 가끔 혼자 자는게 싫다고 투정을 부려서 선물한 건데, 그래도 품에 뭔가가 안겨 있으니 안정되는 건지. 푸스스 웃더니, 수화기에 짧게 입을 맞추고는 전화를 끊습니다. 유키가 들었을 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쪽도 정말 피곤하고, 슬슬 잘 준비도 해야하니까요. 정말 밥 먹는거 빼곤 아무 것도 안했는걸.
통화를 하느라 소파에 파묻혀 있던 몸을 일으켜,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편의점 도시락 잔해를 대충 비닐봉투에 넣어놓습니다. 이제 욕실에 들어가서 씻고, 얼른 침대에 누워야…. 하품을 하며 욕실로 들어갑니다. 원체 대충대충인 성격이라, 들어간 지 10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모습으로 바깥으로 나오지만요. 머리가 덜 마르긴 했는데, 귀찮고…. 어차피 아침에 또 씻을 거니까. 유키가 봤으면 기겁할 몰골로, 꼼지락대며 침대로 기어들어갑니다. …어차피 자고 있는 모습을 누가 볼 것도 아니잖아요.
모모가 입맞추는 소리를 들었던 걸까요?
수화기 너머에서 낮게 웃는 소리가 들립니다.
전화가 끊기고, 두 사람은 각자 잠에 드네요.
…
단잠에 빠져 있는데, 어쩐지 누워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묘한 불편함에 눈을 뜨면 그곳은 낯선 곳이네요.
챕터 1 「입구」 : 이계심도 5
눈을 뜨면 커다란 양옥의 현관 홀이 보입니다.
당신은 입구 근처의 소파에 앉아 있습니다.
옆에 누군가 있는데…. …유키?

"유키, 자고 있어? …미안한데 잠깐만 일어나 봐. 잠깐이면 되니까."
꿈이라면 상관 없지만… 묘하게 현실감 넘치는 풍경이 마음에 걸립니다. 도대체 여긴 어디지? 유키라고 알 것 같진 않지만… 이런 곳에서 그대로 자게 놔둘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꿈, 아냐…?"
그냥 신경쇠약으로 인한 악몽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전에 겪었던 일이 떠오릅니다. 꿈만 같았던 생생한 기억. 그리고 얼마 전까지 꾸던 꿈. 기억이 섞여서 당황스럽습니다. 꿈이, 아니라면…. 제 손이 피로 물들어 있는 환각에 에? 하고 짧은 소리를 내뱉습니다. 눈을 감았다가 뜨면 평소와 같은, 깨끗한 손이지만요.

"…아마도? 나도 왜 갑자기 이런 곳에 있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몰래 카메라려나? 그치만 오카링이 이런 기획, 통과시키진 않았을 것 같은데."
납치… 라기엔 둘 다 묶여있지도 않고, 조금 허술한데. 현관으로 나가면 그만이잖아? 애초에 자신이 있는 곳은 그렇다 쳐도, 유키 쪽은 방범도 꽤 잘되어 있는 아파트여서 소리소문없이 데려오는 건 어려울 텐데. 상황이 상황인 탓인가, 유키의 안색이 안좋은 것도 불안해서라고 생각하는 듯 별 생각 없이 유키의 손을 붙잡습니다.
"괜찮아? …근처 조금 둘러보고 올테니까, 힘들면 여기서 잠깐 쉬고 있을래?"

섣불리 일어서려고 하는 모모의 손을 꼭 잡습니다. 이런 수상한 곳에서 멋대로 돌아다니는 게 더 위험하잖아요? 게다가, 여기는…. 긴장 때문인지 손이 조금 떨리고 있습니다. 그건 꿈이고, 현실하고는 다를 거라는 걸 알고 있어도. 어쩐지 예지몽처럼 느껴지잖아요. 절대 그럴 일 없는데. …모모가 자신을 버리고 사라지는 일 따위, 있어서는 안되는데. 그런데도 걱정이 돼서. 모모가 혼자 다칠까봐, 자신이 모모를 다치게 할까봐요.

유키의 손을 잡자, 갑자기 일변한 풍경에 놀란듯 다시 주변을 둘러봅니다. …아까까진 비어있지 않았어? 장식장이랑, 뭔지 모를 용도의 수납장과 협탁 따위로 가득 찬 주변에 어안이 벙벙합니다. …역시 꿈인가? 그치만 뺨을 꼬집었을 땐 아팠는데…? 의문이 더 깊어지기 전에, 제 손을 꼭 붙든 유키의 손이 떨리고 있는게 느껴져 유키와 시선을 마주합니다. …그냥 처음 보는 장소라 불안해서 그런다기엔 조금 이상한데. 유키가 안심할 수 있도록 양손으로 손을 감쌉니다. 왜 이러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별 일 아닐테니까 걱정할 필요 없는데. …불안하면 옆에 있을까?"
여기가 어딘지 알아내서 오카링한테 연락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지금 몇 시지. 이게 정말 꿈이 아니라면 빨리 움직이는게 좋을 것 같은데, 유키 상태도 걱정이고. 잠깐 정도는 괜찮으려나.

"…웃지 말고 들어. 나, 이 장소… 꿈에서 본 적 있어."
휘말려 버렸으니 모모에게 알리지 않을 수 없네요. …어제 말할까 했었는데, 빨리 얘기했으면 좋았을 것을. 이변이 꿈으로 나타난 적은 이제껏 없었으니까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꿈에서? …에, 그럼 여기가 유키의 꿈이라는 얘기야?"
과연, 그런 거라면 조금 납득이 갈지도. 제 뺨을 꼬집었을 때 아픈 것도, 유키의 꿈이라면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고. 갑자기 집 안에 가구가 생겨난 것도… 자신의 눈에 문제가 있었던게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당장 어제 있었던 일도 선명하게 기억나는데, 유키의 꿈에서 만들어진 상대라고 생각하면 조금 슬프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꿈에서도 보고 싶을 만큼 유키가 날 생각했다는 거고? 아, 그리고 꿈이라면 유키랑 좀 더 느긋하게 있어도 괜찮으려나. 어차피 유키가 일어날 때까지의 짧은 시간인데. 긴장한 유키와 달리 되려 안심한듯, 소파에 몸을 파묻습니다. 왜 하필 이런 곳에서 함께 있는 꿈인 건지 잘 모르겠지만, 유키 취향인가?

꿈을 꿀 때는 제 몸 하나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으니까. 오히려 생생해서 이것도 이거대로 기분 나쁠 정도입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모모를 눈 앞에 두고 조금 눈치를 보는 것 같네요. 솔직히 믿어주지 않을 것 같아…. …자기 꿈이라고 생각하면 차라리 그게 더 나을 것 같기는 한데. 못 나가서 실제로 그렇게 되면 곤란하니까…? 조심성 없이 움직이다 다치면 안되고. 조금 주의 주는 심경으로 말해봅니다.
"…가끔 이상한 곳에 들어가게 될 때가 있거든? 보통은 별 일 없지만… 지금은 상황이 좀 다른 것 같아서."
이 공간에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감각도, 평소에 길을 헤매어 이공간으로 들어 가게 됐을 때의 기척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것보다 훨씬 더 불쾌한 정도…. 그렇게 느끼는 것과 달리 마음은 어쩐지 차분하지만요.

…갑자기 없던 가구가 막 생겨났는데? 유키의 말에 놀라 다시금 몸을 벌떡 일으킵니다. 그래봐야 소파에 파묻혔던 상체를 다시 일으킨 정도지만. 그런 마법같은 일이 있을 수 있나? …역시 몰래 카메라? 린타로가 오카링 몰래 멋대로 받은 일이라면… 가능성이 없지는 않을 것 같은데. 이런저런 가능성을 머릿속에서 꼽아 보다가, 이어지는 유키의 말에 헤, 바람 빠진 소리를 냅니다.
"…이상한 곳? 어, 잠깐, 유키, 지금 상황 정리가 잘 안되는데… 몰래 카메라라던가, 납치같은 가능성은 없는 거야? 그냥 밖으로 나가면 안돼?"
그보다 이상한 곳이 뭔데? 내가 모르는 새에 유키한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이것저것 생략된 유키의 말에, 내용을 따라가기가 어려운듯 질문을 쏟아냅니다. 그래도 별 일이 없었다는 건 다행…이 아니잖아?! 혹시라도 별 일이 있었으면 어쩌려고!

단순히 문을 여는 것만으로 끝난다면 좋겠지만, 음습한 기운을 보면 그렇게 쉽게 내보내 줄 것 같지는 않아서. 모모의 손을 놓지 않은 채로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마침 딱 현관문 옆에 있어서 열어보면 되겠다 싶긴 한데. 한 손으로 잡고 흔들어보면 역시나 열릴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설마 옆으로 미는 문은 아니겠지. 좌우로 당겨봐도 꿈쩍도 하지 않네요. 마치 문은 장식이고, 나가는 곳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거야 어떻게든 빠져나갈 곳이 있을테지만 여기가 아닌 것처럼요.
"…해볼래?"
그렇게 말하면서 모모의 손을 놓아줍니다. 혹시나 모모가 하면 열릴지도 모르잖아요. 모모의 힘을 믿고 있으니까, 모모가 열어도 안 열리면 여기가 출입문이 아닌 겁니다. 과한 신뢰 같긴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잖아요? 어쨌든 두 사람의 힘으로 못 열면 나갈 수 없으니까.

"…유키, 방금까지 여기에 신발장 있지 않았어?"
…이게 이렇게 단번에 사라지는게 가능해? 가구가 있던 곳에 손을 뻗어 휘적입니다. 문을 여는 것도 중요하긴 하지만, 뭔가 이상하잖아요. …뭐 특이한 행동을 한 것도 아닌데 방금까지 있던게 흔적도 없이. 아까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이렇게 눈앞에서 사라지지는 않았으니까요. 장치가 있는 것도 아닌것 같은데…. 어쩐지 귀신에 홀린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거 괜찮은 거 맞겠지?

여기. 하면서 신발장이 있는 곳을 가리킵니다. 분명히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으니까 별로 착각한 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에요. 신발장이라고는 해도 큰 저택인것 치고는 별게 없네요. 손님용 슬리퍼 두 짝이 들어있을 뿐입니다. 그것보다 빨리 문이나 열어봤으면 좋겠다는 느낌이지만 말이에요. 이런 곳에 오래 있고 싶지도 않고. …생각해보면 간단히 나갈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요. 그렇다고 슬리퍼로 갈아신고 돌아다닐 생각은 없습니다. 뛸 일이 생기면 아무래도 슬리퍼 보다는 지금 신고 있는 신발이 더 편하니까요. 달리기 잘 못하니까 뛸 일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잖아요, 이런 건.

난감하게 유키쪽을 돌아봅니다. 여기, 라고는 해도…. 여전히 아무 것도 없는 허공이 눈에 들어옵니다. 갑자기 가구가 사라진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유키한테는 제대로 보이는 건가? 지금 상황에서 중요한 건 아니지만, 갑자기 보이던 게 안보이니까 불안해서. …혹시 내 눈이 이상해졌다거나 그런건 아니겠지? 문은 제대로 보이니까, 그런건 아닌것 같은데….
불안한 마음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일단 유키의 시선에 못이겨 일단은 현관문 손잡이를 붙듭니다. 가구가 안보이는 거야 일단 여기에서 나간 뒤에 고민해봐도 되는 문제니까…. 있는 힘껏 잡아 당기거나 밀어보면, 문이 제대로 열리긴 할까요?

신발장 쪽으로 향해서 신발장을 톡톡 두드립니다. 모모에게는 허공에 손짓하는 걸로 보이겠지만요. 그래도 손짓을 보면 그 아래에 무언가 있다는 것 정도는 느껴집니다. 그냥 보이지 않는 것 뿐이네요. 영 곤란해보이는 모모의 표정에 "모모…?"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다가갑니다. 저게 안 보인다는 건, 눈에 이상이라도 생긴 걸까요? 이런 공간이니 별 이상 없이 보였다 안 보였다 한다고 해도 가능성 없는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아까까진 보였는데, 갑자기 안보여서…. 문도 안열리고, 이래선 돌아다니는 것도 힘들 것 같은데."
귀신이 곡할 노릇입니다. 대체 왜 갑자기 안보이는 거지? 유키는 보인다고 하는걸 보면, 뭔가 특별한 조건이라도 있는 걸까요? …게임도 아니고. 가만, 만질 수는 있는 건가…? 유키가 가리키고 있는 방향으로 손을 뻗어봅니다. 무언가 손에 닿기는 하나요?

"…우왓?!"
유키와 손이 닿자마자,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신발장에 놀라 손을 뗍니다. 손을 떼자마자 곧바로 신발장이 눈앞에서 사라지네요. …에? 그러고보니 아까도, 문 앞에 서기 전까지 유키의 손을 잡고 있었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손 닿는 거로 보인다고? 직접 겪고도 자신 없는 가설에, 머뭇머뭇 다시 유키쪽으로 손을 내밉니다.
"…유키, 손 좀 잡아 줄래?"

갑자기 손을 스쳤다가 소리 지르면서 떼어내는 모모 때문에 심장이 벌렁벌렁합니다. 어디 다치기라도 한 건가? 깜짝 놀란 것 같았는데. 모모의 손을 살피지만 그런 기색은 보이지 않네요. 무슨 일이지. 고개를 살짝 숙여 멍하니 신발장을 내려다보는 모모를 쳐다보다가, 모모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손?"
모모도 불안한 건가. 그건 그렇다고 쳐도 신발장 얘기 하다가 갑자기…?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면, 신발장이 보이지 않는 것과 손을 잡는 것의 관계성이 보일 듯 말 듯 합니다. 갑자기 손이 닿았다가 소리를 지른 것도 있고, 역시 뭔가 있는 건가. 손 잡는 것쯤이야 그렇게 어렵지도 않으니까 모모의 말대로 손을 잡지만요. 그것도 꼬옥 잡습니다. 깍지까지 껴서 쉽게 풀리지 않게 하네요. 잘 보이지도 않는 것 같은데, 혼자 돌아다니다가 다치면 위험하고.

"여기 가구들, 나한테는 유키랑 손 잡고 있어야 보이나봐. 무슨 원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안보여도 손에 닿기는 하고, 위험하니까 계속 유키 손을 잡고 있어야할 것 같지만…. 그래도 갑자기 가구가 사라진게 아니라는 점은 다행이네요. …아니, 딱히 다행은 아닌가? 유키의 손을 잡아야만 보이는 가구라니, 그건 그것대로 이상하긴 한데… 유키도 이상한 곳이라고 표현했었고, 혹시 뭔가 알고 있는 거려나. 그런것 치고는 묘하게 허술한걸 보면, 그냥 와봤다는 것 정도지 자신의 지식과 크게 차이가 나는 범주는 아닐 것도 같지만.
"일단 문도 안열리는 것 같고, 조금 둘러볼까 싶은데… 유키는 괜찮아?"

"괜찮아. …그, 꿈 얘기인데. 요즘 계속 비슷한 악몽을 꿔서."
그건 그냥 꿈이라고 못박아두고 싶기라도 한 듯 이야기하네요. 다음 얘기는 역시 입에 담기 꺼려지기는 하지만. …모모가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이런 상황이고, 두려워한대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계속 같이 있을 거니까 괜찮을텐데. 그냥 자꾸 불안해져서. 머뭇거리다가 꿈의 내용을 입에 담네요. …모모가 죽는 것보다야 자신을 경계하고 피하는 게 더 나은걸요.
"…내가 이 저택에서 모모를 죽이는 꿈을, 계속 꿔."

아, 그러고보니 이 저택이 꿈에서 나왔다던가 하는 이야기를 했었죠. 일단 나가보려다가, 갑자기 가구가 사라지는 통에 정신없어서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지금 얘기해야 할만큼 중요한 얘기인가? 꿈 속이긴 하지만 이런 이상한 공간이라면 아예 관련이 없지도 않을 것 같기도 하고, 아닐것 같기도 하고. 이어지는 유키의 말에는 역시 눈살을 찌푸리게 되지만요.
"…유키가 나를? 그거 그냥 개꿈이잖아."
어이없다는 표정을 합니다. 솔직히, 순수하게 피지컬 적으로 상상하기 어려우니까요? 그런 일이라면 유키에게 순순히 제압당하지도 않을테고. …만약에라도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유키가 슬퍼할 거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으니까. 유키도 참, 뭘 그런걸 가지고 고민하고 있는 건지. …설마 요즘 조금 이상해 보이던게 그 꿈 때문인가? 그런거면 미리 얘기를 하지. 어차피 꿈에서 일어난 일이고, 이쪽은 신경쓰지도 않는데. …유키 혼자서 끙끙대고 있었던 거잖아요. 지금도, 자고 있다가 갑자기 꿈이랑 똑같은 곳으로 오게 되어서 불안한 건 알겠는데.
"그럴 일 없으니까 안심해. 유키가 나한테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잖아? …혹시 유키가 나를 죽이고 싶을 만큼 내가 큰 잘못이라도 했어?"

모모가 개꿈이라고 해주니까 안심이 됩니다. 열흘이 훌쩍 넘어가도록 같은 꿈만 꾸고 있었지만 별 문제는 없는 거겠죠. 오히려 왜 그런 꿈을 꾸는지 이해가 안 되니까요. 아까보다는 조금 밝은 표정이네요. 이 저택 때문에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그럴 리가 없잖아요. 모모한테 위해를 가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은 한번도 없었고. 스턴건 정도는 상비해두고 있지만 아직 써먹은 적은 없으니까요? 모모가 자신을 떠나려고 한다면 스턴건 후에 수갑이지 나이프는 아닐 테니까.
"꿈 속에서… 반지 교환을 했는데, 모모가 두고 떠나려고 해서. 꿈 얘기지만 말야."
이렇게 얘기하면 모모가 자신을 떠날까봐 불안해서 그런 꿈을 꾸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별로 불안할 일이 없었단 말이죠. 요즘은 모모도 제 몸 생각하면서 지내고 있으니까. 결혼 약속을 했는데 반지 두고 떠나려고 했다고 찌르는 애인이라, 그런 거 빨리 헤어지는 게 낫지만. …그런 일, 일어나지 않게 할테니까 말이에요. 모모는 어딘가로 떠나지도 않을 거고, 자신 역시 모모를 다치게 하지 않을 거예요.

"…그, 만약에 그런 상황에서 내가 도망쳐도 얘기는 들어줘야해? …유키가 너무 잘생겨서, 그대로 있다간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아서 도망친 걸수도 있으니까…. 물론 도망 안칠 거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방어막은 쳐두고. 유키가 잘생긴 건 자신이 어쩔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요? 처음 유키를 만났을 때처럼 인사만 하고 바로 도주하는 경우는 없어졌다곤 해도, 유키를 볼 때마다 두근거리지 않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반지 교환. …그러면 프러포즈도 한다는 소리잖아?! 로맨스 영화에서 유키가 고백하는 장면을 볼 때도 심장 떨리는데, 그런걸 직접 눈 앞에서 반지를 받으면서 듣는다니… 무리, 무리무리. 마음의 준비를 해도 솔직히 자신 없는데, 준비도 없이 그런 초대형 폭탄을 마주하게 된 꿈 속의 자신은 어땠겠어요?! …물론 현실에서는 도망치지 않도록 노력할 겁니다. 차라리 서서 기절하는게 낫지, 유키 완전 바람맞았다고 생각할 거 아냐.
"아무튼, 에, …그럼 꿈 속에서는 여기 나가는 방법은 안나왔어?"

노력해서 안되면 어쩌겠다는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장래를 약속한 사이인데 버림받았다고 생각해서, 같은 느낌이 있네요. 꿈 속의 자신에게 그렇게 공감하지는 못했고 모모가 아플 것 같아서 싫기만 했지만. 떠나려고 하면 감금하면 되지, 왜 죽이는 걸까. 꿈 속의 이야기에 그런 태클을 걸어봤자 쓸모는 없지만요. 도망치면 안되는데. 심장이 터지는 것도 곤란하지만요. 후후 웃으면서 손을 꼭 잡습니다. 아무래도 도망 못가게 잡고 있겠다는 느낌이네요. 계속 익숙해질 수 있게 노력해야지.
"모모가 죽으면 깨서… 잘 모르겠어."
죽는다고 얘기하는 거 좀 싫네. 같이 나갈 거니까요? 둘이 함께 나가는 게 아니면 의미 없잖아. 어쨌든 꿈 속에서 얻은 건 저택 안에서 지냈던 기억과 스트레스밖에는 없습니다. 꿈에서는 두 사람이 같이 저택에서 살고 있었으니까요. 하도 주입당해서 진저리가 날 정도입니다. 그치만 나갈 방법도 모르다니, 정말 쓸모 없네요. 모모를 휘말리게나 하고. 자신이 자꾸 이상한 곳에 떨어지는 체질이 아니었다면 모모도 끌려오지 않았을지도 모르잖아요. 꿈에서도 아프게 하고. 아까 순간적으로 마주했던, 피로 물든 손의 환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제정신이고 멀쩡하니까 아직은 그렇게 휘둘리지 않지만.
"…무슨 일이 생기기 전에 나가고 싶어. 움직일 건데… 모모도 갈 거야?"

"당연히 같이 가야지! 어디부터 가볼까? …왠지는 잘 모르겠는데, 나도 대충 어디에 뭐가 있는지는 알 것 같아서. 그냥 방 위치 정도긴 하지만…."
아무래도 직접 꿈에서 방을 봤던 유키가 훨씬 더 잘 알고 있을테니까, 일단 판단을 맡깁니다. 떠오른 방의 구조 상으로는 나갈 수 있을만한 곳이 어딘지도 잘 모르겠고… 그나마 단서가 있을법한 곳은 서재려나? 여기서 나가는 데 도움이 될 법한 내용이 적힌 책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처음에는 그냥 나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알면 알수록 과연 쉽게 나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지긴 했는데….

이상한 공간입니다. 자신이야 꿈을 꿔서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하지만, 모모는 뭐란 말인가요. 그걸 다행이라고 여기기에는 이 장소가 너무 기이하게 느껴집니다. 모모 혼자 놔두면 다칠지도 모르니까 손을 꼭 잡고 움직여야 할 것 같지만요. 떨어져 있다가 걸려 넘어지거나, 찔리거나… 하여튼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해요. 아무래도 꿈 내용 때문인지 모모가 다치는 것에 평소보다 더 예민해져 있는 느낌입니다.
"글쎄. 서재…?"
단서라고 할 만한 건 그런 곳에 있지 않을까 싶어서. 갑자기 식당이나 침실에 갈 수는 없잖아요. 예전에도 그런 보물찾기 하는 느낌으로 빠져나왔던 적도 있었고. 아주 예전 일이라 어렴풋이 그런 일이 있었다, 정도만 기억나지만요. 정말, 꿈 속에서 뭐라도 단서를 얻었다면 좋았을텐데. 모모가 죽는다는 그런 상황에서 제정신으로 있을 수 있는 자신을 생각하면 그것도 그거대로 역겨운 느낌이지만요. 손을 꼭 잡고 슬쩍 이끕니다. 서재는 확실히 1층 중간쯤이었죠.

모르는 기억이 갑자기 떠오르는게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이런 상황 덕에 여전히 현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유키의 손을 잡아야만 가구가 보인다던가 하는 것부터가 비정상적이잖아? 여전히 마음 한켠에는 역시 유키의 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유키가 불안해하니까 그 얘기는 하지 말아야지. 정말, 터무니없는 악몽이나 꾸고. 오늘은 그런 이상한 꿈이 아니라, 저택에서 탈출하게 되면 조금 기분이 나아질까요?
"그럼 서재로 가 보자! 내가 보기에도 제일 뭐가 있을 법한 곳인 것 같고? 어떻게 온 건지 모르겠지만 이 저택에 들어오긴 했으니까, 분명 나갈 방법도 있을 거야."
불안한듯 제 손을 꼭 붙드는 유키에게 안심하라는 것처럼 손을 마주잡습니다. 그런 꿈을 꿨으니 마음이 뒤숭숭한거야 이해하지만… 꿈은 어디까지나 꿈이잖아요? 그렇게 불안할 것도 없는데. 유키를 위해서라도 빨리 이 저택에서 나가야 겠어요. 유키의 옆에서 서재를 향해 걸으며 주변을 둘러봅니다. 어쩐지 낯설고, 또 익숙한 풍경이라는 생각이 드는게 묘하게 괴리감이 드네요. 이상한 곳…. 자신이 불안해하면 유키도 불안할테니까, 크게 내색하진 않지만요.
탐색장소 「서재」 : 이계심도 5
두 사람은 서재로 향합니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저택인 탓인지, 서재도 딱 TV에서 나올 것 같이 생겼네요.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세 방향 전체에 보이는 책장입니다. 한 눈으로 봐도 여러 종류의 책으로 빼곡하다는 것을 알 수 있겠네요. 꽂혀진 책들은 어려운 서적부터 어린이를 위한 동화, 손수 만든 앨범 등 다양합니다. 서재 중앙의 책상에는 서류가 난잡하게 쌓여 있네요. 책상 앞에 앉을 수 있는 의자도 있습니다.

"…책상 위에 있는 것들부터 볼까? 책장에 꽂혀있는 건 그냥 책같은데."
유키의 손을 놓는 순간 이 앞에있는 것들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것 같으니까. 손을 꿈지럭대며 깍지를 끼고는 유키를 올려다봅니다. 유키가 다른게 신경쓰인다면 그것부터 확인해도 괜찮을 것 같지만… 어차피 여기 있는 거라곤 책장이랑 책상 뿐인 것 같으니까요.

책상 쪽으로 다가갑니다. 뭔가 있으려나? 서류를 살펴보면 이것도 또 잡다하네요. 회사 결제에 관한 것도 있고, 고등학생의 과제 레포트도 있습니다. 개중에는 주인의 이름까지 적혀 있는 것들도 있네요. …이 불길한 저택의 주인인지, 아니면 두 사람과 같이 휘말려 들어온 사람의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후자라면 그 사람들이 어디로 갔을지 또한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요. 무사히 나갈 수 있겠지. 모모를 잡은 손에 힘을 줍니다. 의식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지만요.

"…별로 도움 될만한 건 없는 것 같네. 유키, 책도 한 번 볼래?"
슬쩍 유키의 주의를 환기하듯 주변 책장을 가리킵니다. 나갈 수 있을만한 단서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앨범같은 걸 보면 여기 주인에 관한 것 정도는 알 수 있지 않을까 싶고. 그게 아니더라도 저 많은 책들 중에서 유키의 긴장을 풀어줄만한 책도 있지 않을까…. 저 많은 책을 전부 보는건 무리니까 적당히 뒤적거리는 정도겠지만요.

책이 많으니까 빠른 시간 안에 전부 훑어보는 건 무리겠지만, 언제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고. 모모가 다치는 걸 막기 위해서라면 한 권씩 전부 빼서 찾아볼 수 있지만. 일단은 다른 곳도 둘러보는 게 좋겠죠. 저택은 넓기도 하고. 되도록이면 빨리 나가고 싶으니까요. 자신이 언제 이상해져서 모모를 해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감각은 정말이지 기분 나쁩니다. 되도록 정신 잘 붙잡고 있을 거지만요. 책장 쪽으로 다가가면 한 눈에도 여러 종류의 책이 보입니다. 중학교 졸업 앨범에서 자기계발서, 그냥 평범한 책도 많습니다. 뭐라고 해도 세 면 전부 책장으로 둘러싸여 있으니까요.
"뭐 괜찮은 게 있으려나…."
뒤적거리면서 단서가 될 만한 것을 찾아봅니다. 아무래도 한 손으로는 모모를 잡고 있어야 하니 영 불편하긴 하지만요. 한 손으로 책을 펼쳐 책장에 걸쳐둬서 읽고, 다시 집어넣고.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할수도 있겠네요.

"겉으로 보기엔 그냥 평범한 책같은데…."
속을 봐도 역시나 평범한 책이지만요? 한 손으로 대충 중간 페이지를 펼쳐보고는, 다시 책장에 꽂아넣기를 반복합니다. 전부 훑어보기엔 한 손을 쓸 수 없어서 불편하다는 것도 있고, 그렇게 하면 어느 세월에 이 많은 책을 보겠어요? 지금처럼만 봐도 한참 걸릴 것 같은데. 자신과 달리 나름대로 꼼꼼히 책을 확인하고 있는 유키를 흘끗 봅니다. …엄청 불편해 보여.
"…잠깐 손 놓을까? 같이 보는 것보다 그게 빠를 것 같은데."

옆에서 가만히 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안 드는걸요. 단칼에 거절하고서는 다음 책을 꺼냅니다. 책상에 부딪혀서 끙끙대고 있을 모모가 눈 앞에 선합니다. 언제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모모를 혼자 방치해 둘 수는 없죠. 책 한 권만 보는 것도 아니고.
휘엔 (GM):이어 판정입니다. 모모는 2d6>=현재 이계심도(5)로, 유키는 1d10의 주사위 굴려주세요.

rolling 2d6
(+)
6
5
11

rolling 1d10
()
9
9

『눈치채보니 우리는 이 저택에 있었습니다
현관 밖에 이계의 출구가 있다는 것은 알아냈지만,
열쇠를 찾다 보니 우리가 계속 이곳에서 살았던 것 같아서……
행복했는데, 그 사람은 나를 두고 떠나겠다고 했습니다
반지가 없어서 그렇다는 핑계나 대고, 절대 용서 못해
─그래서 나는, 찾아낸 유일한 나이프로……』

"…유키, 혹시 뭐 특별한 거 있어?"
슬쩍 노트를 책장으로 되돌려 놓습니다. 왜 유키가 이 노트에 써있는 것과 똑같은 꿈을 꾼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직 얘기하는건 시기상조가 아닐까 싶네요. 있다가, 조금 진정되고 나서 얘기해 줘야지. 유키도 저택 안을 돌아다니다 보면 조금은 안심하지 않을까 싶고요. …가장 좋은 건 그 전에 집으로 돌아가는 거겠지만.

특별한 게 있었다면 저런 식으로 물어봤을 것 같지는 않지만, 혹시 모르니까요. 제가 들고 있던 책을 다시 제자리에 꽂아넣으면서도 작은 한숨이 나옵니다. 한 손으로만 이러고 있으니까 손도 아프고 그렇네요. 티 내면 모모가 또 손 놓아달라느니 뭐라느니 할 것 같아서 더 얘기하지는 않지만요. 다음으로 꺼내는 책은 그림책이라, 무슨 내용이 없습니다. 평범하게 권선징악적인 어린이용 동화책이에요. 그래도 어쩐지 이 공간에서 익숙한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더 나쁩니다. 얼른 나갈 수 있었으면 좋을텐데…. 어느 정도 둘러보고 서재로 다시 오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요. 아직… 시간은 많이 있을 테니까. 꿈에서도 지내자 마자 일이 터졌던 건 아니고 말이에요….

"…더 봐도 별거 없을 것 같은데, 다른 데도 둘러볼까? 책은 있다가 마저 봐도 될 것 같고. 여기서 책만 뒤지고 있다가 날 새겠어."
장난스레 이야기하며 유키의 손을 잡아 끕니다. 계속 무거운 책을 꺼내다가 손목이라도 아프다고 하면 어떡해요. 이런 곳에 오래 갇혀있는 것도 본의는 아니지만, 나가려다가 유키의 몸이 상하는 쪽이 더 걱정이니까요? 가뜩이나 요즘 잠도 제대로 못 자서 피곤한 것 같던데.

책만 뒤져서 나갈 수 있다면 열심히 찾겠지만 그럴 것 같지도 않고요. 정말 모모의 말대로 날 샐 것 같습니다. 침실도 있고, 식당도 있으니 재료가 충분하다면 굶지는 않겠지만 아직까지는 여기서 날을 보내는 것이 꺼림직하니까요. 가능하면 오늘 안에 나가고 싶은데… 계속 있다 보니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 것이 느껴져서. 꿈 속에서 봤다고는 하지만 어쩐지 책상 앞에 자신이 앉아 있었던 그림이 떠오르고, 책장이 제 눈높이에 익숙합니다. 그나마 불편한 건 한 손으로 책을 읽는 행위일까요. 그것이 아니었다면 순간적으로 자신이 이 집에 살았다고 착각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디로 갈래?"
떠오르는 마땅한 곳은 없는데. 그렇다고 해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창고나, 회랑이라던가… 다른 곳이라도. 어쨌든 모모가 신경 쓰이는 곳으로 갈 생각입니다.

"그럼 창고 쪽으로 가볼까? 이것저것 놓여있었던 걸로 기억하니까,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고."
자연스레 앞장서서 걷기 시작합니다. 서재도 기억과 같은 위치에 있었으니, 일단 자신의 기억이 이상하진 않은 것 같으니까요? 유키는 아무래도 이 저택 자체를 조금 께름칙하게 여기는 것 같고.

기억하니까, 라니…. 모모는 아무렇지도 않은 걸까요? 자신의 것이 아닌 기억들이 머릿속을 좀먹어갈까 두렵습니다. 이런 일에 휘말리는 체질을 가지고 있는 걸 빼면 자신은 별로 특별한 능력도 없으니까요. 차라리 초능력처럼 무언가 할 수 있었다면 어렵지 않게 모모와 밖으로 나가는 건데. 영 쓸데없고…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건지도 잘 모르겠고 말이에요. 후아, 하품을 하며 모모를 따라 나섭니다. 일어난지 얼마 되지 않는데다가 깨알같은 글씨가 적힌 책들도 봤으니까요. 음표라면 더 수월하게 읽을 수 있는데.

"…혹시 유키는 창고 비밀번호 알고 있어? 나 이런 것까진 모르는 것 같은데…."
떠오르는 기억이래봐야 기껏해야 어디에 뭐가 있는지 정도의 단편적인 것들 뿐이니까요. 서재는 딱히 잠겨있지 않았으니까 당연히 열려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긴, 생각해보면 일상적으로 창고를 오가진 않으려나요? 이상한 데서 묘하게 현실적이네요.

평화롭게 지내던 날들만 기억하니까 그렇게 세세한 것들은 생각 안 난단 말이죠. 애초에 정말로 자신의 기억일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뭔가 적혀 있는 곳이 있으려나? 아무거나 입력해보기에는 가짓수가 너무 많네요. 숫자는 여덟개고 알파벳은 네개. 웬만하면 집 안에 단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떠오르는 건 없네요. 모모가 알고 있는 것과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드라마틱한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다른 데로 가볼까?"

"응…. 그럼 식당? 2층 올라가봤자 회랑이랑 침실밖에 없고."
그런 곳에 비밀번호가… 있을 가능성도 없진 않겠지만, 아무튼 침실은 쉬러 올라간다는 인상이 강하니까요? 피곤해 보이는 유키를 조금 쉬게 해주곤 싶지만, 아직 나갈 수 있을만한 단서도 못찾았고. …발견한 거라곤 수상쩍은 노트 뿐이니까요.

우스갯소리로 농담을 합니다. 하긴, 이런 곳이니까 어디에 뭐가 있을지 모르는 거잖아요. 그쪽도 들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웃으면서 얘기했지만, 창고가 닫혀 있으니 어디든 가보는 게 좋겠죠. 서재에서도 별로 뭔갈 찾지 못했는데, 다른 곳에서도 수확이 없으면 확실히 침울해질지도 모르겠지만. 모모의 손을 다시 꼭 잡고 바깥쪽으로 향합니다. 식당은 확실히… 현관 옆쪽이었던 것 같네요. 그래도 아직은 제정신이고, 주변에 대한 것도 경계하고 있으니 그렇게 불안하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가자. 배고픈 모모에게 맛있는 걸 먹여줘야지."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배고픈 건 아니지만, 아무것도 먹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속이 든든해야 밖으로 나갈 출구를 찾아 돌아다니고 그러지. 이렇게 먹을거 얘기를 하고 있으면 평소랑 별다를 바 없다는 느낌도 들고요? 유키도 조금은 덜 불안해하는 것 같고. …식사하면서 아까 서재에서 발견한 노트 얘기 슬쩍 꺼내봐도 괜찮으려나? 애매하면 나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것만이라도 괜찮을 것 같은데.
"요리 재료같은 것도 있으려나? 유키가 해주는 거라면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웃으며 걸음을 옮기면, 금새 식당 앞에 도착합니다. 저택이라곤 해도 엄청 넓은 편은 아니니까요. 대신 방 하나하나의 규모가 꽤 크긴 하지만. …그나저나 정말 사람이라곤 유키랑 나 밖에 없나? 여기 주인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거지.


탐색장소 「식당」: 이계심도 6

"…어쩌지, 유키. 들어갈까?"
옆에 있는 사람이 유키만 아니었다면 조심성 없이 발을 들였을 수도 있겠지만, 유키의 안전이 걸려있다보니 마구잡이로 움직이기가 영 껄그럽네요. 유키도 배고픈 것 같긴 한데….

"괜찮을 것 같기는 한데…."
괜찮다고 느끼는 건 자신이 점차 이 집에 익숙해지고 있기 때문일까요? 그래도, 모모도 배고픈 것 같고….

내가 보기엔 영 수상쩍은데. 미간을 찌푸리며 식당 안을 노려보자, 눈에 들어오는 식사에 배에서 또다시 꼬르륵 소리가 울립니다. …진지하게 고민해보려고 해도, 배고파서. 유키도 배고픈 것 같으니까 조금쯤은 괜찮지 않으려나? 설마 독이라도 탔겠어…? 머뭇머뭇 유키와 식당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결심한듯 유키의 손을 꼭 붙잡습니다.
"…혹시 모르니까 내가 먼저 들어가볼게. 이상하다 싶으면 잡아당겨줘."
어차피 손은 붙잡고 있으니까, 그렇게 위험해 보이지도 않고. 조심스레 걸음을 내딛어 식당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그렇게 성급하게 들어가면 안되잖아. 그리고 꿈을 생각하면 위험한 건 모모인데, 왜 먼저 들어가? 그래도 모모가 먼저 들어가도 무언가 위에서 떨어지거나 바닥이 꺼지거나 하는 일은 없는 모양입니다. 들어가기 전에 살펴봤지만 그나마 다행이네요. 모모만 혼자 들여보내는 거 싫으니까 따라서 들어갑니다. 조금 머뭇거리고 불안한 듯 두리번거리기는 하지만요. 배가 고프기는 해도 모모의 안전만큼 중요할까요.
"…걱정되니까, 그렇게 혼자 움직이지 마."
아무리 손을 잡고 있다고 해도 그렇죠.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아나요. 대놓고 주의문구까지 있는데.

…아니, 하나 있긴 하지만? 식탁에 있는 요리를 보고 있으면 절로 입안에 침이 고입니다. …누군진 모르겠지만 기껏 준비해준 건데, 먹어도 되지 않을까? 머리 한구석에서는 음식에 손을 대면 안된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지만, 이렇게 배고픈데…. 식탁 위로 고정된 시선이 좀처럼 떨어지질 않습니다.
"…일단 식사부터 할까?"
무의식중에 내뱉은 말에 스스로 놀란듯 흠칫 몸을 굳힙니다. 이런 곳에서 한가롭게 식사할 때가 아닌데. 하물며 누가 준비한 건지도 모를 음식을. …그치만 맛있어 보여서. 시간도 시간이니까, 유키도 배고플 것 같은데….

부루퉁한 소리를 내면서도 이쪽 역시 테이블 위에 시선이 머물러 있습니다. 아무래도 신경쓰이는 걸요. 음식이 있는데 다 갖다 버리고 새로 만들수도 없는 노릇이고. 독 같은 건 없겠지만 말이에요? …아, 근데 식사는 어떻게 하지. 의자를 당겨서 옆에 앉아야 하나? 반대편에 앉으면 손이 안 닿을 것 같고, 모모한테 입 벌리라고 하고 하나하나 먹여줄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불편하지 않으려나.
"배고프면 먹자. 의자 당겨 앉을까?"
한 손으로 식사하는 경험도 좀처럼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요. 옆쪽에 있는 의자를 쭈욱 당겨 두 개를 나란히 늘어둡니다.

뭐 정 찝찝하면야 버릴 수도 있긴 한데… 새로 음식하는거 기다리자니 배고픈데. 유키도 완전히 싫진 않은 눈치고… 괜찮겠지? 평소같았으면 절대로 먹지 않았겠지만, 배고픔 탓에 사고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질 않습니다. …이런 맛있는 냄새가 나는데, 더 참을 수 있을 리가. 지금까지 경계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고요? 그래도, 식당도 뭐 하나 이상한 거 없이 평범하니까.
"응, 손 놓기도 조금 그렇고…. 먹기 불편할 것 같은데, 괜찮아?"
유키가 만들어 준 자리에 자연스럽게 앉아, 유키가 앉을 자리 앞쪽으로 그릇과 식기를 끌어옵니다. 한손이라 그런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지만요. 유키가 불편하다고 하면 다 먹기 전까지만 잠깐 손 놔도 되는 거고. 그 정도쯤은 참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고기 같은 걸 썰려면 포크랑 나이프랑 같이 쥐어야 하니까요. 모모가 먹는 거 보고 있으면 배부르니까, 먼저 먹으라고 둬도 상관 없긴 한데. 먼저 얘기하는 걸 보면 모모도 상당히 배가 고픈 모양이죠. 엄청나게 허기가 져서, 먹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걸요. 먹으면 무언가 변화가 생길 거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예감하고 있어도,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게 되는 것은 역시 이 공간의 영향일까요. 자리에 앉아 한 손으로 식기를 두 사람의 앞에 끌고 옵니다.
"내 손 움직여도 괜찮아."
불편하긴 하지만, 모모가 손을 놓는 것보다는 덜 불안하니까요.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며 자리에 앉습니다. 설마 별 일 있겠어요. 모모를 이렇게 좋아하니까, 자신이 모모를 상처 입힐 리 없습니다.

유키 앞에서 그런 모습 보이는 건 본의가 아니긴 하지만, 고기는 이빨로도 충분히 잘 뜯기니까요? 나이프로 썰어서 먹는게 편하긴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그렇다고 손을 놓아버리면 눈앞에 있는 것들은 싹 안보이게 될 것 같고. …그게 아니더라도 유키는 지금 상황에서 손 놓는걸 더 불안해할 것 같으니까. 그건 이쪽도 마찬가지긴 하지만요. 어쩐지, 음식을 눈앞에 둔 순간부터 마음 한켠에 불안감이 사그라들지 않아서.
"괜찮은데… 알겠어. 유키도 내 손 움직여도 괜찮으니까?"
유키가 나이프 쓸 일은 별로 없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시험삼아 포크를 들어 고기를 잘라보려 하지만, 역시 쉽지만은 않네요. 적당히 입에 들어갈만한 크기로는 잘라야… 유키도 부담 없이 먹을 것 같고. 유키의 손을 꼭 잡은 채로 나이프를 손에 쥐어 고기를 큼직하게 잘라냅니다. …역시 맛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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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배부르게 식사를 마친 뒤, 테이블 중앙에 놓인 접시를 보고는 눈을 깜빡입니다. 나이프? 왜 저런게 접시 위에 있지?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노트에서 읽었던 글귀가 떠올라 아차 싶은 마음에 유키쪽을 바라봅니다. 유키가 얘기할 땐 방법에 대해서 얼버무렸지만, 노트랑 비슷한 상황이었으면 아마…. 손을 꼭 쥐고는 유키의 안색을 살핍니다. …괜찮으려나?

식사를 마친 뒤 모모의 말에 앞을 바라봅니다. 접시 위에 놓여 있는 나이프. 무심결에 테이블 중앙으로 손을 뻗습니다. 손잡이 부분에 적혀있는 네 글자의 알파벳이 만져지네요. SNHR, 모모의 성의 이니셜입니다. 이 나이프, 생긴 것도 감촉도 낯이 익습니다. 손이 빨갛게 물들어있는 환각이 다시금 나타나 힉, 숨을 들이마시며 나이프를 떨굽니다. 다행히도 찰그랑 소리를 내며 테이블 위에 떨어진 것 뿐이었지만요. 눈을 다시 깜빡이면 손은 아까와 같이 멀쩡합니다. 적혀 있는 이니셜을 모모도 볼 수 있겠네요.

무어라 말할 새도 없이 유키가 나이프로 손을 뻗네요. …괜찮은 건가? 걱정스런 마음에 잠자코 지켜보고 있으면, 이내 유키가 헛숨을 들이키는 소리와 함께 나이프가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옵니다. 유키…. 중얼거리며 손을 꼭 붙들고는, 이번에는 이쪽에서 손을 뻗어 나이프를 만져봅니다. …내 이니셜? 이름이 아니라 성이라니, 요즘에는 제대로 들을 일이 거의 없는지라 떠올리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요. …이런게 왜 이런 데에 새겨져 있는 거지? 고개를 갸웃합니다.

그렇게 말해도 손은 모모를 잡고 있으니 일어서는 게 고작이지만요. 얼굴이 창백해져서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모모의 손을 끌어당깁니다. …이런 거 싫어. 그나마 다행인 건 자신이 아직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일까요. 모모를 잡고 있지 않은 반대편 손끝이 찹니다. 배는 채워졌지만, 토할 것 같아…. 오히려 먹지 않는 게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어요. 이런 곳 들어오는 게 아니었는데. 반응이 날카로운 물건을 직접 들이댔을 때와 비슷하네요. 나이프도 날카롭긴 하지만… 트라우마가 자극된 것 같습니다.

유키의 약한 소리에 별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역시 저 나이프가…. 식사 시간에 노트에서 본걸 얘기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타이밍을 놓친것 같네요. 손도 차게 식었고… 많이 불안한 건가. …난 괜찮은데. 내가 괜찮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니까…. 유키의 손을 양손으로 꼭 붙들고는 유키의 뒤를 따라갑니다.
"…많이 안좋으면 조금 쉴래? 침실로 갈까? 하고싶은 얘기도 좀 있고."
…이런 때 얘기하긴 좀 그렇지만, 계속 숨기는 것보단 얘기하는게 좋을 것 같으니까요. 유키의 불안감이 더 커질지도 모르지만, 잘 달래주거나… 정 안되면 침실에서 조금 쉬는 것도 괜찮을 것 같고. 이런 곳에서 오래 머무르는건 내키지 않지만, 유키가 이런 상태로 돌아다니면 되려 사고라도 치지 않을까 걱정되니까.

역시 좀 쉬고 싶습니다. 즐거운 식사 시간을 망친 건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는걸요. 자신이 모모를 찔렀던, 그 나이프가 눈 앞에 있으니까. …정말 취미 나쁜 곳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요. 1초라도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하고, 모모를 꼭 껴안고 괜찮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 마음이 공존합니다. 정신적 피로의 탓인지 후자가 더 우세했지만요. 서재에는 저런 문구 없었고, 다른 곳도 똑같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편하게 쉴 수 있는 곳도 있겠죠. 그렇지 않으면 저택에 익숙해질 수 없으니까.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갑니다. 그런 와중에도 뒤를 힐끔힐끔 돌아보네요. 양 손으로 제 손을 잡고 있는 모모를 보면 이렇게 꼴사나운 모습을 보인 게 조금 미안해집니다. 침실에 가서 그렇게 말할래요.

이렇게 겁에 질렸으면서,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물론 괜찮다고 생각하면서도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게 사람 마음이긴 하지만…. 자신도 그런 경험이 없는건 아니다보니 더더욱 조심스러워지네요. 유키도 조금 진정되고 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나마 여기에 있는 방 중에서는 침실이 제일 쉴만할테고, 올라가서 어리광이라도 잔뜩 받아줘야 겠어요. 이왕이면 한숨 재울 수 있으면 더 좋을 것 같고. …갑자기 생겨난 나이프가 신경쓰이지 않는 건 아니지만, 여기 와서 이상한 일이 있는 것도 한두번은 아니니까. 유키가 뒤를 돌아볼 때마다 웃으며 안심시켜 줍니다. …이렇게 약한 모습, 처음 선단공포증때문에 고생할 때 빼곤 없었는데.
잘 꾸며진 회랑을 보는둥 마는둥 하며 침실 쪽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신경쓰이지 않는건 아니지만, 유키 쪽이 더 걱정되니까…. 빨리 눕혀서 쉬게 해주고 싶어요. 계속 말이 없는 것도 신경쓰이고….
…이거, 누구의 기억이었더라?
탐색장소 「회랑」 : 이계심도 7

"…유키, 이거 진짜로 꿈 아니지?"
…처음부터 아니라고 하긴 했지만. 그치만, 어딘지 자신도 이상해진 것만 같아서. 유키가 불안해할테니까 애써 의연하게, 목소리도 떨리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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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는 프래그먼트 박스에서 프래그먼트를 하나 선택해,「망각」에 체크해주세요. 해당 프래그먼트를 「변이: 죄악감 → 그때부터 쭉, 숨기는 것이 있다」로 변이시킵니다.

"…미안, 이상한 얘기 해서! 갑자기 모르는 기억이 떠올라서, 나도 모르게 그만. 아, 이거 뭐야? 그림? …뒤에 뭐 써있는 거 아냐?"
고개를 갸웃하며 유키의 앞에 있는 그림을 살핍니다. …유키가 멀쩡하진 않은 상태라 다행이다. 아니었으면 이상하다는 거 눈치챘겠지. 좋은 일은 아니지만, 지금 상황에서 추궁받으면 솔직히 얼버무릴 자신 별로 없으니까.

모모의 상태가 잠깐 신경이 쓰였다가도, 자신과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고 생각하면 납득이 되네요. 충격적이잖아요. 한 적도 없는 기억이 떠오르다니. 불쾌하고, 불안하고… 그러면서도 낯익고 안심이 돼서. 오히려 자신의 상태를 더 의심하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얼른 나가야 한다고 떠올리면서도 단서를 찾아내서 조금 기뻐지기도 하네요. 조금만 있으면 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모모랑 같이 쉬었다가, 창고에 가서. 이렇게 꽁꽁 숨겨져 있으니까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겁니다. 모모를 이끌어 액자 뒤를 보여줍니다.
"보여? 창고 비밀번호. 우리 여기 처음 이사 왔을 때 설정해 뒀잖아."
그렇게 얘기하고서는 웃는 얼굴 그대로 멈칫하지만요. …이거, 오늘 날짜잖아.

오히려, 이런 사진이 걸려있기 때문인가. 자신이 유키와 함께 이 회랑을 꾸몄다는게 어색하게만 느껴지고. …내가 유키랑 같이 사는걸 괜찮아할 리가 없는걸. 적어도 지금은. 이전에도 돈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같이 살았던 거였고. 은퇴라도 한다면 모르겠지만, 아직은 그럴 생각 없으니까. 유키는 이런 말 하면 서운해할 테니까 얘기했던 적은 없지만. …그런데도 한순간 기억에 휩쓸려 그랬던가, 하고 생각하게 되니까. 정말 머리가 어떻게 된거 아닐까.
"…일단 침실로 들어갈까? 창고는 나중에 들어가도 되잖아."
가볍게 유키의 말을 넘깁니다. …유키가 얘기한 기억이 없는 건 아니지만, 오늘 날짜인건 이상하지 않아? 애초에 왜 이런 곳에 이사온 건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유키랑 같이. 그럴 리가 없잖아. 유키랑 오카링이 괜찮다고 해도, 내가 안괜찮다고. 유키의 손을 끌고 다시 침실 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합니다. …아무튼, 조금 쉬면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으니까요. 유키나 자신이나.

유키:모모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른 채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한 발 단서가 생겼으니 마음이 가벼워지네요. 머릿속은 엉망진창이지만, 문제는 다른 것보다 모모가 무사한 거잖아요? 계속 저택에 살아도 모모가 무사하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게 아니니까 나가기는 할 거고. 침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식당에서 나온 직후보다는 훨씬 가볍습니다. 문제는 모모네요. 그런 모모의 상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게, 유키 역시 멀쩡하지 않다는 것의 반증 같지만요.
탐색장소 「침실」 : 이계심도 7

"어디보자… 유키, 조금 누워 있을래? 그 전에 옷부터 갈아입는게 좋으려나. 불편할 것 같으면 잠깐 손 놓을까?"
이쪽은 어차피 안 갈아입을 거니까. …내가 모르는 내 옷이라니, 입어도 불편하기만 할 것 같고. 어차피 목적은 조금이라도 유키를 쉬게 해주려는 거였으니까요. 유키가 없으면 제대로 돌아다니지도 못하니까, 꼼짝없이 침실에 있어야되긴 하지만.

다른 사람의 옷, 같은 느낌이 들잖아요? 옷이 좀 불편하다고 해서 못 쉬는 파도 아니고 별로 상관 없습니다. 모모랑 손 놓고 싶지도 않고요. 모모의 손을 잡고 침대 쪽으로 향하면 커다랗고 푹신한 침대가 반겨줍니다. 어쩐지 자신의 집에 있는 침대보다 더 넓은 것 같아요. 진짜 저택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으니까, 앉아 있던 상태로 침대 위에 풀썩 누워버립니다. 손은 잡은 채라서 모모가 불편해하겠지만, 모모 역시 쉬었으면 하니까요. 아까는 그렇게 기운 넘쳤는데, 지금은 좀 축 쳐진 것 같고. …역시 이런 곳에 있으면 힘들긴 하겠죠.
"같이 쉬자. 올라와."

별로 내키진 않는데. 그래도 이대로 앉아있으면 유키가 불편할 것 같고. 결국 조심조심 유키의 옆에 자리잡고 눕습니다. …침대도 유키 집에 있는 것보다 더 크고, 낯설어서. 진짜로 유키랑 같이 이런 이상한 곳에 살고 있는 것 같잖아…. 아까까지만해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자각하고 나니 유키와 이 저택에 함께 있는 상황 자체가 영 불편하기만 합니다. 밖으로 나갈 방법을 찾을 때까진 별다른 방법이 없긴 하지만….
"…지금은 좀 진정됐어? 아까, 엄청 놀란 것 같던데."
유키의 남은 한 손도 붙잡자, 아직까지 차가운 온도가 느껴집니다. 아까보단 안정된 것 같긴 한데…. 그 회랑에 붙어있던 사진이 이렇게나마 도움이 되었다는게 그나마 다행이네요. 덕분에 이쪽은 영 복잡한 마음밖에 들지 않지만… 아무튼, 지금은 자신보단 유키의 상태가 더 중요하니까요.

손을 꼭 붙잡고 뺨에 가져다댑니다. 머리맡에 있는 테디베어가 낯설고도 익숙합니다. 자신의 물건이라는 느낌이 드네요. 그 위화감도 엄청 따뜻해서. 모모랑 이런 집에 살면 좋겠죠. 이런 낯선 집 말고, 그냥 같이 도심의 집에서 사는 거 말이에요. 커플 물품 같은 거 잔뜩 두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예전에는 그러기 힘들었으니까. 배시시 웃는 모습이 퍽 행복해 보이네요. 이것도 저것도 다 좋아했던, 둘만의 물건 같아요.
그래도 어쩐지 모모의 상태가 별로 좋지는 않아 보이네요. 아까보다 안정돼서 모모를 살필 겨를이 생겼기도 하고, 문득 걱정스런 표정을 하고 모모를 바라봅니다. 제 뺨에 손을 가져다 댔던 것처럼 모모의 뺨도 만지작거리네요.
"모모는 괜찮아? 안 좋아 보여."

"…응? 나? 난 멀쩡한데. 유키가 착각한 거 아냐?"
생각에 빠져있던 탓에 조금 뒤늦게 대답이 나옵니다. 정신 차리자. 딴 생각하는 건 유키가 잠들고 나서도 늦지 않으니까…. 걱정되는듯 제 뺨을 만지작거리는 유키의 행동에 애써 웃으며 유키의 몸을 가볍게 도닥입니다. 괜찮다고는 해도, 쉬고 싶어하는 만큼 조금은 자두는 게 좋을 것 같고.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정신적인 피로도 쌓였을 테니까.
"내 걱정 하지 말고 쉬어. 혹시 불편해? 꼭 안아줄까?"

모모의 괜찮다는 사실 괜찮지 않지만 지금 상황과 우리의 관계를 생각해서 괜찮아 같은 느낌이니까요. 그런 건 아니겠지? 이런 곳에 있으면 기분이 나빠지는 것도 이상하지 않으니까요. 이쪽은 오히려 아까보다 괜찮은 것 같지만. 모모가 옆에 있으니까 그런 거예요. 모모도 자신이 있어서 괜찮았으면 좋겠는데. …괜찮겠죠. 맛있는 식사를 하기는 했지만, 나가면 이번에야말로 정말 자신이 요리를 해줄래요.
"불편하진 않은데…."
안길래, 하고 얘기하면서 슬금대다 제 주머니에 들어있던 것이 걸려 몸을 뒤척입니다. …주머니에 뭐 넣어뒀던가? 소지품은 커녕 휴대폰조차 없었는데. 천이 뭉친 건지 아니면 뭐가 들었는지는 몰라도 남아있는 손으로 주머니에 들어있는 것을 꺼냅니다. 가죽재…? 손 끝에 만져지는 것에 고개를 갸웃거렸다가, 집히는 손잡이와 함께 주머니에서 그것을 꺼냅니다. 어쩐지 소름이 돋네요. 꺼내서, 안에 들어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확인하게 되면 숨을 들이키게 되지만.
상체를 일으켜 제 손에 들린 것을 확인합니다. 가죽 케이스가 씌워진 나이프. …식당에서 봤던 그것입니다. 읏, 짧은 소리를 내고서는 모모가 말릴 새도 없이 바깥쪽으로 그것을 있는 힘껏 던집니다. 방 한켠에 있던 커다란 거울에 맞아 쨍그랑 소리가 나며 깨집니다. 이런 거 챙기지 않았는데. 두고 나왔는데. 왜…? 숨을 몰아쉽니다. 어쩐지 호흡하기가 어려워요. 손에 힘이 들어가서, 모모의 손을 잡은 것을 눈치챕니다. 나, 방금…. 놀란 듯한 모모의 표정을 보고서는 비 맞은 강아지마냥 품에 파고드네요. 아니야. 내가 가져온 거 아니란 말야. 몰라, 저런 거….
"…모모, …모모…."

"…괜찮아, 유키. …괜찮으니까."
아직 제대로 상황 파악이 되진 않았지만, 유키가 일부러 가져온 게 아니라는 것쯤은 반응으로 알 수 있으니까요. …애초에 처음 봤을 때부터 그런 표정이었는데, 가지고 올 생각을 했을리가. 그럼 대체 왜 저런게 유키의 주머니에 있었던 건지, 거기까진 잘 모르겠지만…. 마치 제 품밖에 의지할 곳이 없는 것마냥 덜덜 떨며 파고드는 유키를 보며 입술을 깨뭅니다. …잠깐 쉬게 해주고 싶었던 건데, 왜 하필 지금. 이대로 한숨 자면 괜찮아할 것 같았는데. 유키의 등을 도닥이며, 끌어안은 손에 힘을 더합니다. 저런거, 가지고 있어도 유키가 날 상처입힐 리 없잖아. …이런 일로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하는데.
"…유키, 심호흡하자? 진정하고. …유키가 가져온 거 아니라는 거 알고 있으니까."


"…괜찮아. 계속 옆에 있을게. …유키. 여기서 금방 나갈 수 있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정말로 나갈 수 있는지 확실하지도 않지만, 아무튼 지금은 유키를 안심시키는 게 더 중요하니까. …얼굴, 들지를 않네. 설마 울고있는 건 아니겠지? 차마 유키의 얼굴을 억지로 들어 볼 자신은 없어, 등만 조심조심 쓸어내립니다. 그냥 빨리 움직이는게 좋을까? …아니면 아예 한숨 재우는게 낫나? 여유가 된다면 편안하게 쉬게 두고 싶지만, 과연 이런 곳에서 제대로 쉴 수 있을까. …또 이상한 악몽 꾸면 더 겁먹을 것 같은데.

"…내가 프러포즈 하면 받아 줄거야?"
모모의 입장에서는 이 타이밍에 무슨 소리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요. 모모는 받아 준다고 할 거야. 계속 같이 있을 거라고, 같이 살 거라고. 영원을 약속해서, 그래서…. 꿈에서 있었던 나이프가 그대로 있었으니, 반지도 저택의 어딘가에 있을 거예요. 그걸 찾아서 모모한테 주면 되잖아.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뜬금없는 말에 고개를 갸웃합니다. 프러포즈라니, 어떻게 하면 지금 이 상황에서 거기까지 이어지는 거지. …그만큼 유키가 지금 제대로 된 사고를 못하고 있다고 받아들이면 되는 걸까. 그냥 받아 주겠다며 달래는 건 어렵지 않지만, 이런걸 쉽게 입에 담아도 되는 건지. 아까 떠오른 생각 탓에 괜시리 더 고민됩니다. 막상 진정되면 유키는 원하지도 않으면서 나와의 약속때문에 진지하게 결혼을 고민할테고…. 이런 때 했던 약속같은거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 없는데, 유키는 상냥하니까.
"…그건 일단 여기서 나간 뒤에 생각하는게 좋지 않을까? 지금은 유키도 조금 혼란스러운 것 같으니까.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정할만한 얘기는 아니잖아?"
정 달랠 수 없다면 거짓말이라도 받아주겠다고 얘기하긴 해야겠지만, 아직까진 잘 어르고 달래면 괜찮지 않으려나. 그래도 이런 말을 하는걸 보면 나름대로 유키도 열심히 생각한 것 같은데. …그치만 이 상황에서 프러포즈라는 건, 굳이 자신이 내키지 않는다는걸 떠나서라도 조금 꺼림칙합니다. 유키의 꿈과 그 노트에 써있던 대로라면 프러포즈를 받고 반지를 받은 이후에, 그런 일이 있었던 거니까. …유키는 지금 거기까지 생각이 못미치는 것 같지만.

모모의 말에 대답조차 하지 않은 채로 모모의 몸에 매달립니다. 꼭 끌어안고, 어리광을 부리듯. 그냥 여기 계속 있자. 내 손으로 모모를 찌르게 되다니 말도 안 돼. 그런 미래를 가정하는 것조차 힘들어서. 그래도 아직 생각이 극단적으로 치닿지는 않았지만요. 모모는 나랑 같이 있기 싫은거구나. 그러면 안 되는데…. 모모랑은 계속 같이 있고 싶은데. 나가지 못하게 할 방법을 찾아야….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자신이 점점 이상해지는 걸 깨달아서. 더 무서워….

"미안, …그, 거절하거나 그런건 아니니까? 유키가 싫은게 아니라, 그냥 좀 더 진지하게, 지금보다 여유있을 때 생각하자는 얘기였는데…. …이것도 마음에 안드는 대답이야? 이런 이상한 곳에서, 이렇게 기억이 뒤엉킨 채로 유키의 마음에 대답하고 싶진 않은데…."
이렇게 약해진 유키를 억지로 몰아붙일 수도 없는 노릇이라, 애써 생각을 정리하며 말을 고릅니다. 차라리 화를 냈으면 이쪽도 억지를 쓸 수 있겠지만, 지금은 유키 상태가 너무 불안정해 보여서. 일단 당장 받아들여서 유키를 안심시키는 방법도 생각해보긴 했지만, 솔직히 그런다고 해서 지금 이 상태가 호전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 당장은 안심할지 모르겠지만, 나중에는 더 불안해하지 않을까?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길래. 말을 해주지 않으니 이쪽도 답답한 심경입니다. …유키를 신경쓰느라 자신에 대한건 뒷전으로 미뤄둘 수 있는 건, 조금 다행이라고 생각되긴 하지만.

"…나중에, 나가게 되면 거절해도 괜찮으니까…. …지금은 그렇다고 얘기해주면 안 돼?"
이런 비굴한 발언 자신도 하고 싶지 않다고요. 그냥, 지금은… 자신이 어떻게 될 지도 모르니까. 그게 무서워서. 나가기만 하면 이렇게 이상해지는 일 없을테니까. 모모한테도 제대로 프러포즈 할테니까. 거절당하면 그 때는 다시 꼬시면 되잖아요. 얼굴로 넘어오게 할 자신 있는걸. 그런 자신이 있어도 이런 이상한 공간에서 이성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은 없습니다. 이렇게 계속, 이상한 생각만 하고 있는걸요. 계속 여기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나가지 않고 영원히 여기서 함께하면 된다던가. 마치 여기에 처음부터 있었던 것 같은 그런 감각이. 그러니까, 나가기만 하면 괜찮다고요. 괜찮을 거니까… 어떻게든 안심시켜줘.

"…내가 유키의 프러포즈를 거절할 리가 없잖아? 알겠어, 나는 좋으니까. …대신 여기에서 나간 뒤에도 제대로 생각해 줘."
유키의 얼굴을 마주보고는, 파리해진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춥니다. …괜찮아. 숨기는 건 익숙한 일이니까요. 설령 내키지 않는 프러포즈여도 기쁘게 받아들이고, 부담스럽기만 한 마음이더라도 웃으며 보답해줄 수 있습니다. 유키가 언제나 빛나는 모습으로 있길 바라니까. 고작 이런 말 한마디에 안심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얘기해줄 거예요. 유키를 정말 좋아해. 유키와 결혼하는 것도 좋아. 비록 자신까지 속이진 못하지만. …입술, 차가워. 어서 평소같이 웃어줬으면 좋겠네요. 그러면 나도 위로받을 수 있으니까…. 유키를 보고는 빙긋 웃으며 다시금 이마에 가볍게 입술을 누릅니다. 유키가 안심할 때까지 계속 좋아한다고 얘기해줄 수 있어.

모모의 허락을 받아서 내심 기쁜 건지, 내키지 않다는 소리를 했던 것도 잊어버리고서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입을 맞춰오는 보드라운 입술도 기분 좋고. 그럼 이제 반지만 찾으면 되겠네요. 모모에게 애교를 부리듯 뺨을 부비작거린 후 꾸물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갑자기 기운을 차렸으니 괜찮은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쪽은 완전히 그것만 있으면 다 해결되는데, 같은 분위기네요. 확실히 머릿속에서는 그런 느낌이지만. 손을 떼면 모모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잊어버린 건지 훌쩍 일어서버리네요. 모모는 완전히 허공에 떠 있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침대 옆의 협탁도 살펴보고, 깨진 거울 위에 떨어져있는 나이프도 신경쓰지 않은 채로 밟고 지나갑니다. 두꺼운 신발을 신고 있었던 게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을 정도로 조심성 없이 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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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잠깐, 유키, 잠깐만, 손!"
갑자기 훌쩍 자리에서 일어나버린 유키 탓에, 닿았던 손이 떨어져버려 방 안의 풍경이 일변합니다. 이거 조금 무서운데…. 침대 끝이 어딘지도 잘 모르겠어서 더듬더듬 허우적대다가, 겨우 유키의 손을 붙잡고 한숨을 내쉽니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거지…? 생각해보면 그리 나쁜 일은 아니긴 한데. 그제서야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가구들을 둘러보며 조심조심 침대에서 내려와 주변을 둘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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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얘기했는데 막상 하려고 하니까 엄청 부끄럽네요. 프러포즈 같은 거, 생각해보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예행연습도 해본 적 없고. 반지까지 준비해서 얘기하는 건 또 처음이니까요. 그래서 갑자기 수줍어집니다. 상자를 들고서 불을 붉히네요. 제 손을 꼭 잡은 모모가 의아한 표정으로 올려다 보는 것 같지만, 어쨌든 받아준다고 했으니까요? 너무 긴장하지 말자. 자신에게 다짐하고서도 그, 저…. 하며 우물거리는 소리를 내네요. 중요한 안건이니까 결국 얘기하지만.
"…평생 행복하게 해줄게. 모모, 나랑 결혼해줘.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해줄테니까. 모모를 위해서라면 매일 아침마다 된장국하고 계란말이 준비해 줄 수 있어. …계속 옆에 있어줄래?"

"…프러포즈까지는 상관 없는데, 반지는 조금. 그거 유키 꿈에서 나왔던 그거잖아? …꿈에서 있었던 일이 진짜로 일어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꺼림칙해서…."
유키의 꿈만이라면 모를까, 그 노트에 써있던 내용도 있고요. 같은 이야기를 두 사람이 연달아 했다고 생각하니… 아니, 여긴 유키랑 내가 사는 저택이니까 결국 그것도 유키가 쓴 거려나? …어느 쪽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괴이쩍은 얘기랑 관련 있는 반지는 프러포즈로는 조금… 그렇지 않나? 굳이 저런 반지가 아니더라도, 유키랑 세트로 맞춘 반지도 있고. …이쪽은 엄연히 말하자면 커플링보단 업무용이긴 하지만.

그러니까 얼른 받아. 그렇게 얘기하듯 반지 케이스를 내밉니다. 당연히 그렇잖아요? 어떻게 반지도 없이 프러포즈를 한답니까. 애초에 모모가 두고 떠나려고 하지 않으면 괜찮은 거잖아요? 모모는 안 그럴 거니까, 일단 반지를 받으면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반지가 마음에 안 드나? 마음에 들지 않아도… 지금은 예행 연습 같은 거니까요. 아무튼 받아주지 않으면 곤란합니다. 끼고 있지 않으면 더 불안한걸요. 반지가 없으면 언제든 떠날 수 있으니까. 약지에 반지가 끼워져 있으면 어딜 가더라도 자신과 나눈 반지라는 걸 알게 될 거 아니에요?
"…설마 거절하려고?"
방금 전에는 내가 유키의 프러포즈를 거절할 리 없잖아, 라고 했으면서. 명백하게 불안해 보이는 모습입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얼굴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더니 이게 무슨 정서불안 같은 행동인가요? 아무리 상황이 상황이어도 그렇지. 그치만… 역시 걱정되고…. 자신은 믿지 않지만 모모는 믿고 있으니까요. 모모도 불안해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지만. 이쪽이 이상해져도, 모모가 반지를 두고 저택을 떠나려고 하지만 않으면 괜찮으니까. 저택 문도 꽁꽁 닫아두면 되잖아요.

그야 프러포즈에 반지는 일반적으로 당연하게 따라오는 거지만, 지금 상황이 일반적이지는 않으니까. 그런 일에 얽힌 반지니까 끼고 싶지 않다는 것도 있지만… 말로만 하면 기억 안나는 척 잡아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반지 받으면 정말 기정사실이 되어버리잖아. 유키는 대체 왜 괜찮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정작 유키가 얘기한 것 같은 기억은 떠오르지 않는데도, 이 이상한 저택의 영향 때문인지 이렇게 거부감이 드는데. 나이프는 안되는데, 왜 반지에는 이렇게 집착하는 거지?
"아니, 그게, 프러포즈를 거절하는 건 아닌데…."
반지는 좀…. 우물우물 이야기하며 시선을 피합니다. 불안한 유키의 시선이 얼굴에 닿아오지만, 그래도 눈앞에 있는게 결혼반지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그냥 적당히 지금 끼고 있는 거로 만족하면 안돼? 받아주지 않는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저 반지가 조금 꺼림칙하다는 것 뿐이잖아요. 차라리 여기서 나가서, 다른 반지를 주면서 프러포즈하는 건 받아들… 아니, 그건 그것대로 부담스러울 것 같긴 한데. 그런 낌새가 보이면 얼버무리고 자리를 피하면 되니까. …그런데 지금은 그것도 여의치가 않고. 나이프라도 없었으면 눈 딱 감고 받았을 것 같은데.

모모만 괜찮으면 뭐해요. 자신이 자각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데. 이상해져버린 자신이 칼이라도 휘두르면. 모모가 제압하지 못할 것도 없겠지만, 흉기를 들고 있는 사람을 제압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잖아요? 모모가 다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다고요. 모모가 자신을 상대로 과격한 제압이라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으니까 더더욱 집착하게 되네요. 시무룩한 채로 꼬물꼬물 손을 움직입니다. 모모가 스스로 껴주지는 않을 것 같으니까 이쪽에서 끼우는 수밖에요. 일단 끼고 있으면, 모모가 반지를 끼고 있다는 걸 자신이 알 수 있으니까. 이상하게 되더라도 큰 일이 나지는 않을 겁니다. 잡고 있던 손을 들어올려 반지를 끼워주네요. 정말 딱 맞아서 뿌듯합니다. 손을 놓고 제 왼손과 모모의 왼손을 같이 늘어둡니다. 불길한 반지라는 건 틀림 없지만 이거, 생각보다 마음에 드네요. 안정감이 있습니다.
"…됐다."

반쯤 억지로 반지를 끼우는 유키의 행동에 툴툴대면서도 손을 빼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싫다고 손 빼면 유키가 진짜 상처받을 것 같고. 여기를 빠져나가기 전까지, 잠깐 정도는 괜찮으려나? …그래도 역시, 자신의 손에 꼭 맞는 반지 사이즈에는 조금 기분이 나쁘지만. 유키가 직접 산 것도 아닐텐데, 여성 사이즈도 아닌 유키와 제 손가락에 꼭 맞는 반지가 한 쌍이 있다는 건 조금 이상하잖아요. 유키의 손과 제 손이 나란히 늘어서 있으면 더 위화감이… 어? 왜 거울 파편이 보이지? 화들짝 놀라 주변을 둘러봅니다.
"…유키, 지금은 손 안 잡고 있지…?"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지만, 혹시나 해서. 대체 뭐 때문에…? 방금 한 거라곤 반지를 낀 것밖에 없는데. 제 왼손 약지에 끼워진 반지를 바라봅니다. 원인이 이 반지인 건 명백한데… 어째 자신도 점점 이 이상한 공간에 동화되는 느낌이라 소름이 끼칩니다. 그렇다고 벗어던지자니 유키의 시선이 신경쓰이고…. 결국 반지를 만지작대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고 마네요. 그래도 굳이 붙어서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해야하는 건지. 그나마 유키의 기분은 좋아 보이니 다행이지만요. 이런 상황에서, 유키까지 상태가 안좋으면 조금 힘들었을 것 같으니까.

모모의 말을 손 잡아달라는 얘기로 알아듣기라도 했는지 다시 손을 꼬옥 잡습니다. 그래도 모모의 손에 끼워진 반지를 보면 꽤 만족하는 것 같네요. 이걸로 당분간 안심입니다. 모모가 반지를 빼지만 않는다면요. 어쩐지 꺼림직해보이는 모모와는 달리 상태는 좋아 보입니다. 어느 정도냐고 하면, 더 쉬지 않고 돌아다녀도 괜찮을 것 같아요. 반지를 끼고 있으면 자신이 더 이상해져도 어떻게든 될테니까. 아무리 정신이 미쳐간다고 해도 보이던 게 안 보이고 그렇겠어요? 가끔 손이 붉게 물든 환각이 보이기는 하지만, 별개의 문제입니다.
"…왜?"
그제서야 모모의 말이 그런 뜻이 아니라는 걸 눈치채기라도 했는지 다시 손을 놓네요. 이 반지도 꿈에서 나온 물건이고, 혹시 잘 보이는 걸까 싶지만요. 반지를 가지고 있으면 손을 잡고 있지 않아도 집 안의 물건들이 보인다니 꽤 로맨틱합니다. 굳이 어느 쪽이냐고 하면 손을 더 잡고 있지 못한다는 게 아쉬운 것이 더 크기는 하지만 말이에요. 그래도 떨어져 있어도 계속 손을 잡고 있는 느낌이라니, 프러포즈 진작에 할 걸 그랬어요. 나가면 다시 잘 준비해서 모모에게 청혼해야겠다.

착잡한 표정으로 중얼거립니다. 이거 괜찮은 거 맞겠지? 아직까진 이 저택과 관련된 기억이 온전히 제 것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인지하고 있지만, 언제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까요. 아까도, 무의식중에 기억에 휩쓸렸었고. …역시 빨리 나갈 방법을 찾아야. 이 바깥으로 나가기만 하면 해결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계속 이 이상한 저택에 눌러앉아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유키도 불안해하고. …이 반지, 빼면 싫어하겠지.
"마침 잘 됐다. 유키는 여기서 쉬고 있을래? 나 잠깐 창고 내려갔다 올게. 비밀번호도 찾았으니까, 안에 뭐 있는지 확인해 보려고."
반쯤 강제로긴 했지만 원하는 대로 해줬으니 유키도 만족했을 것 같고, 집 안에는 정말 유키랑 자신 뿐이여서 조금쯤은 혼자 돌아다녀도 괜찮을 것 같으니까요. 처음 따로 못다니게 했던 것도 안보이는데 돌아다니다가 다칠까봐 그런거 였으니. 원래 쉬면서 노트 얘기 하려고 했었는데, 이제와서 얘기해봐야 의미 없을 것 같지…. 자꾸만 왼손 약지에 시선이 갑니다. 이런 곳에 뭔가 끼워져 있는거 어색해. 무엇보다 유키의 왼손 약지에 같은 반지가 끼워져 있다는 사실이 제일 신경쓰이긴 하지만요. …프러포즈라. 너무 갑작스러워서. 생각할 시간도 조금 있었으면 싶고.

기운 차렸고, 이제는 돌아다녀도 괜찮을 것 같으니까요. 모모가 반지만 빼지 않는다면 말이죠. 날짜로 된 비밀번호랑, 나이프에 새겨진 모모의 이니셜이 있으니 문도 열 수 있을테고요. 만약에 안에 무언가 있다면 그대로 밖으로 나가면 되는 거니까 같이 가는게 낫지 않겠어요? 이 저택에서 모모에게 가장 위험한 것은 자신이니까, 가급적 붙어있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역시 그것도 마음에 들지 않네요. 어차피 예방책인 반지가 있으니까 같이 돌아다녀도 될 것 같아요. 이렇게 생겨먹어서, 서로 죽이게 할 거라면 처음부터 그런 기억을 심어뒀으면 됐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건 저택 자체가 그렇게까지 위험한 건 아닌 것 같고요. 불길한 사념들이 덕지덕지 붙어있으니 그건 불쾌하지만. 편안하게 느껴지게끔 하려는 곳이니 위험한 것도 없을 것 같고. 아무튼 모모랑 떨어져 있으면 불안해지니까요. 혹시 반지를 뺀 건 아닌가 걱정할 것 같고.
반지가 끼워져 있는 모모의 왼손을 낚아챕니다. 손 안 잡아도 보인다니 굳이 잡을 필요는 없긴 하지만, 막 프러포즈(임시)에 성공한 참이니 손 정도는 잡아도 괜찮잖아요? 이런 상황만 아니었어도 신혼이라는 것을 빌미로 모모를 자빠트릴텐데. 아까 전까지만 해도 엄청나게 패닉에 빠져 있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온 모양이에요. 기분만 말이죠.

명백하게 기분 좋아 보이는 표정으로 제 손을 낚아채는 유키의 행동에도 영 미묘한 표정입니다. 유키가 기운 차린게 기쁘지 않은 건 아닌데, 아무래도 과정이 과정인지라. 이쪽은 마냥 순수하게 기뻐할 수가 없네요. 그래도 유키가 알아 챌 새라 입가에 미소를 그리긴 하지만요. …아무래도 나중에 말 바꾸면 엄청 서운해할 것 같고, 당분간 유키랑 쉬는 일정 겹치지 않게 해달라고 오카링한테 얘기해둬야 겠네요. 시간이 지나면 유키도 잊어버리겠지…. 어차피 프러포즈라고는 해도, 기분만 내는 거지 진짜로 결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럼 얼른 내려가 보자. 아직 안본 곳은 창고밖에 없지? …밖으로 나갈 방법, 있으면 좋을텐데."
혼자 조용히 다녀오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죠. 지금은 괜찮아졌다지만, 또 유키의 상태가 언제 안좋아질지 모르겠고. 방에서 나가려는듯, 유키의 손을 붙잡고 문 앞으로 걸어갑니다. 아까 유키의 상태를 봐선 무슨 일을 저지를지 잘 모르겠으니까. …그래도 설마 자신을 해칠 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설령 유키가 덤벼들더라도, 제대로 운동도 해본 적 없는 초보자가 휘두르는 칼 정도는 방심하지만 않으면 쉽게 쳐낼 수 있지 않을까. 유키가 다치지 않게 하려면 조심하긴 해야겠지만요.
탐색장소 「창고」 : 이계심도 8

안을 대강 훑어보면 집으로 이사했을 무렵 준비한 세간 용품이나 두 사람이 어린 시절부터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 등이 빼곡하게 진열되어 있습니다. 전부 가져왔었죠…. 그리운 추억에 휩쓸려 그 하나하나를 바라보고 있는 사이에, 눈치채면 시간이 조금 지나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런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렇게 보니까 새삼 묘하네. …이런 건 왜 가져다 둔 거지?"
굳이 유키와 같이 사는데 필요하지 않을 것 같은 물건도 종종 눈에 띄네요. 기억 상으로는 같이 챙긴 물건이 맞으니까, 뭐라고 말을 얹기가 조금 그렇지만. …아니, 애초에 동거부터가 기억에 없는 일이니 같이 챙겼다는 것도 어폐가 있긴 하지만요? …역시 오래 있으면 나까지 이상해질 것 같아. 이런것 빼고는 별다른 건 없는 것 같은데…. 정말 여기도 나갈 방법이 없는 건가. 아쉬운 마음에 한번 더 방안을 훑어 봅니다.

이렇게 고생고생해서 창고까지 들어왔는데 아무것도 없으면 정말 실망할 것 같죠. 다른 방도 더 찾아 본다면 단서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까지는 요행으로 빠져나온 적도 있고, 모르는 사람이 구해줬던 적도 있고 하니 이렇게 계획적으로 빠져나갈 생각을 한 적이 없어서 뭘 더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놓여 있는 상자들과 물품들을 뒤적거리면서 추억을 회상… 아니, 나갈 방도를 찾습니다. 또 이상한 생각 하고 있으면 안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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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래그먼트 「Re:vale」, 변이 「죄악감」으로 프래그먼트 효과를 자기자신에게 2회 사용합니다.

유키는 프래그먼트 박스에서 프래그먼트를 1개 선택해, 「망각」에 체크합니다. 이어 해당 프래그먼트를 「변이 : 집착 → 계속, 계속 이대로가 좋아」로 변이시킵니다.
스토리 프래그먼트 「열쇠」를 획득해 이계심도가 1 상승합니다.

"이거 현관문에 꽂아 보면 되려나…. 유키, 어떻게 생각해?"
열쇠를 이리저리 돌려 봅니다. 약간 녹이 슨것 같긴 한데, 사용하지 못할만큼 심하게 부식되진 않은 것 같네요. 현관에 열쇠 꽂을만한 곳이 있던가? 아니면 창문이나, 하다못해 서재의 서랍장 같은 곳이라도. 어디라도 일단 열어보면 되지 않을까. 얼른 이 이상한 저택에서 나가야지. 그래야 유키도 제대로 쉬게해줄 수 있을 것 같고요.

"…있잖아, 모모. …우리 그냥 여기서 살면 안 돼? …밖으로 나가면 위험한 일도 많을테고, 모모도 떠날 거고…. 나 모모랑 계속 같이 있고 싶은데…."
기정 사실인 것처럼 얘기하는 모습이 퍽 진지해 보입니다. 열쇠를 쥐고 있는 모모에게는 지금 이게 무슨 소리야, 정도로 들리겠지만. 너무 무서워서. 모모가 없는 세계에서 혼자 살아간다는 것도, 모모가 자신을 떠날 거라는 그 가정도. 반지가 있으니까, 저택 안에서라면 이제 무사할 텐데. 이제는 바깥이 무서워져서.

"여기가 훨씬 더 위험하잖아? 그리고 계속 있으면 오카링이나 다른 사람들도 걱정할테고. …설마 스케줄 가기 싫다고 뻗대는 거야?"
계속 같이 있을 수 없는 이유라면 그정도밖에 떠오르지 않는걸요. 평소에도 일하기 싫어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같이 땡땡이치자는 제안을 이런 식으로 받을 줄이야.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을 오카링이 또 위장약을 먹게 생겼어요. 진지해 보이는 유키의 말을 한귀로 흘리고는 유키의 손을 붙잡은 채로 창고를 나섭니다. 아무리 그래도 땡땡이만큼은 용납 못한다고. 이쪽이 불참하면 피해보는 사람이 어디 한둘인 줄 알아요?

그래도, 그것보다 더 중요하단 말이에요. 모모랑 같이 있는 거. 스케줄 땡땡이 치고 싶어서 이런 얘기 하는 거 아닌데. 표정이 금방 시무룩해집니다. 그치만, 모모 프러포즈랑 반지 받아주는 것도 별로 내켜하지 않았으니까. 바깥에 나가면 금방 떠나버리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그럴 것 같아서. 모모랑 계속 같이 있고 싶은데,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몰라 우물거리면서 망설입니다.
"그치만 모모, 나가면 내 옆에 있어주지 않을거잖아…?"
난 모모랑 프러포즈 성공해서 결혼도 하고 같이 살면서 계속 같이 있고 싶은데. 프러포즈 받기 싫다는 건 그거잖아요…? 「너랑은 연애까지는 괜찮지만 결혼은 좀…」같은 거잖아요? 모모가 다른 사람하고 결혼하는 걸 볼 바에야 차라리 여기에서 계속 사는 게 나은 것 같은데. 다들 이해해주지 않으려나…. …적어도 모모는 이해해주지 않을 것 같지만요.

"…그건 대체 어디서 어떻게 나온 소리인 건데? 나 그런 소리 한 마디도 안했잖아?"
유키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듯, 절로 목소리가 높아집니다. 오히려 계속 옆에 있을 거라는 쪽으로 얘기하지 않았어? 좋아한다고 했잖아? 기껏 내키지도 않는 프러포즈까지 받아주고, 반지도 그냥 끼우게 가만히 놔뒀는데? 이게 대체 무슨 헛소리인지…. 또 꿈이랑 착각이라도 하는 건가? 대놓고 유키를 보며 못마땅하다는듯 푹 한숨을 내쉽니다.
"일단 나가서 얘기하자. 괜찮지?"
괜찮지 않더라도 데리고 나갈 거지만요. 역시 따라오라고 하지 말고 침실에서 재워뒀어야 했어…. 잠들어 있는거 들고 나가면 금방인데.


유키가 고개를 끄덕이는걸 보고는 미련 없이 다시 몸을 돌려 현관으로 걸어갑니다. 물론 유키의 손은 꼭 붙든 채로요. 현관문, 처음 열어봤을 땐 그냥 벽이 아닌가 싶긴 했지만. 열쇠도 찾았으니 다시 한번 시도해보는게 좋겠죠. …유키가 저렇게 나오는 걸 보면 정말 출구로 나가는 열쇠인 건가 싶고요? 창고에서 발견했을 때만해도 긴가민가 했는데. 유키가 무슨 위험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까지는 눈치채지 못한듯, 현관문으로 다가가 열쇠 구멍이 있는지 살펴봅니다. 이런 곳에 오래 있으면 정신건강에도 안좋으니까. 유키가 하고 있는 오해는 나중에 풀어도 되지 않으려나? 돌아가서 그럴 시간이 있을진 모르겠는데….
파이널 챕터 「Exit」 : 이계심도 8
아무리 봐도 못마땅한 유키의 표정을 뒤로 하고, 두 사람은 손을 잡고서 현관으로 돌아옵니다.
이계의 최심부가 되어버린 이곳은 처음 보았을 때와는 많이 달라졌네요.
화려한 카페트는 무참히 짓밟혀 검붉게 물들어 있고,
바로 그 때 현관에 열쇠를 꽂으려고 하는 사람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 사람이 열쇠를 돌리려는 순간, 그 등에 칼이 꽂힙니다.
「나를 두고 가지 마…!」
비통한 외침을 울리는 것은 유키의 환영.
그리고 땅에 쓰러진 것은 모모의 환영입니다.
괜찮아, 함께 돌아갈 거야. 그렇게 믿으면서 발을 내딛읍시다.
하지만 눈앞에서 움직이는 유키는 정말 환상일까요?
손을 잡고 있는 이 상대는, 정말 당신을 떠나지 않을까요?
현관에 가까워질수록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의혹과 충동이 두 사람의 마음 속에 소용돌이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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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화해서 플래그먼트 효과 사용횟수를 1회 추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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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래그먼트 「잊을 수 없는 과거」를 망각하고, 변이 「환각」을 얻습니다.
눈 앞의 광경에 시선을 사로잡혀, 걸음이 점점 느릿해지다가 이내 멈춥니다. …유키. 저 자신이 유키에게 찔려 죽었다는 사실보단, 자신이 저지른 일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덜덜 떨며 붉은색에 물든 제 몸을 끌어안고 울부짖는 유키의 모습이 어쩐지 익숙해서.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처럼, 좁은 방 한켠에 웅크리고 있던 생기 없는 눈동자. 이성을 잃고 자신의 이름을 부르짖던, 절박하기 그지 없는 목소리. 저것이 유키와 자신이 맞는지 아닌지는 확신이 서지 않지만. …나, 정말로 유키한테 사랑받고 있구나. 그것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알 수 있어서, 묘한 기쁨이 머리 한구석을 사로잡습니다. 그 때만큼 절박하고, 그 때만큼 필사적이여서. …이런 순간에 이런 생각을 하는거, 정말 머리가 어떻게 되어버린 것 같지만.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유키에게 부드럽게 웃어보입니다.
프래그먼트 효과를 사용합니다. 프래그먼트 「유키 정말 좋아!」를 5회 사용해서 유키의 판정치를 +6, 자신의 판정치를 +4 추가합니다.

두 사람은 현관에 도착해 열쇠를 꽂습니다.
열린 문의 뒤편에서부터 빛이 넘쳐나고, 곧 비명 소리가 집을 뒤흔듭니다.
두 사람의 환영은 울부짖는 무수한 그림자로 변해 있었습니다.
그것은 모두 이계에 농락당한 사람들의 말로.
「나를 두고 가지 마…!」
무사히 탈출하려는 두 사람에게 그림자가 쇄도합니다.
아마 이것이 마지막이겠죠.
뒤돌아보지 말고, 서로의 손을 잡고 이계에서 탈출합시다.

"유키, 얼른 가자. …이제 악몽에서 깨야지."
그대로 빛무리 속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유키가 자신을 좋아하는 건, 굳이 이렇게 깨닫지 않아도 충분히 알고 있는데. 그 마음이 아직은 부담스럽고, 무겁기만 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유키를 좋아하는 마음 또한, 진심이니까요. 그런 무거운 마음조차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유키를 좋아해. 그러니까 유키가 나를 놓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도, 유키의 손을 놓지 않을 테니까. 그래도 역시 프러포즈는 조금 기다려줬으면 싶지만요? 한 10년 쯤이면 마음의 준비가 되려나.

두 사람은 빛으로 가득 찬 이계의 균열 속에 뛰어듭니다.
눈을 뜨면 현실세계에 있는 자신의 침실입니다.
…아침 햇살이 따사롭기만 하네요.
이계로부터의 탈출은 성공했습니다.
─일단 무사할지 어떨지는 차지하고서라도요.
모모는 1d6 주사위를 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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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에 늘어져서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보면 초인종 소리가 들립니다. …이 시간에? 누가 온다는 얘기도 없었는데. 오카링인가. 오늘 답지 않게 유독 정신을 빼놓고 있던 탓에 걱정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우스갯소리로 모모 군까지 그러면 곤란하다는 말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오카링은 늘 알아서 잘 해결해 주니까. …계속 이러면 부담갈테니 얼른 떨쳐내야겠지. 당분간 유키랑 스케줄 좀 맞춰달라고 할까.
"온다는 얘기도 없이 갑자기 무슨 일… 이, …유키?!"
현관 문을 열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잘생긴 얼굴에, 어버버, 하고 입을 뻐끔거립니다. …왜 유키가 여기에?! 지금 시간이면 스케줄 끝난 지 얼마 안 되지 않았어?

"…영 불안해서. 당분간 모모네 집에서 지내도 돼?"
모모가 자신의 집으로 와주는 것도 상관 없지만, 그러면 모모를 설득해서 지내야 하니까요. 평소에도 동거 얘기만 나오면 펄펄 뛰는 모모를 상대로 그렇게 말재주 좋게 설득할 자신도 없고, 빨리 보고 싶으니까. 스케줄 끝나자마자 캐리어를 하나 싸서 모모네 집으로 바로 향했습니다. 설마 거절하진 않겠…죠? 모모의 눈치를 힐끔힐끔 보면서 머쓱하게 웃습니다. 그도 그럴게 갑자기 이게 뭐 하는 건지 자신도 잘 모르겠으니까. 그래도 모모랑 같이 있고 싶고, 좋아한다고 계속 말하고 싶어서. 모모와는 달리 이쪽은 간밤의 일이 꿈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으니까. 모모도 기억하고 있겠죠? 그렇게 임팩트 있는 일. 이해…해주지 않을까?

"…자, 잠깐! 잠깐만 기다려 봐! 10분, 아니, 5분만!"
허둥지둥 문을 닫고는 집 안으로 뛰어들어갑니다. 설마 유키가 집에 올 줄 몰랐어서 어질러둔 그대로 방치했었는데! 거실 테이블 위에 쌓여있는 빈 도시락과 페트병을 대충 쓸어 담고, 오프 날에 정리해야지 하고 미뤄두던 옷가지들도 쓸어 모읍니다. 먼지도 닦아야 하는데…. 유키가 쓸 방도 정리해 둬야하고. 우왕좌왕하는 새에 5분이 훌쩍 지나가 버리네요.

"도와줄게. 갑자기 찾아온 건 이쪽이니까."
해야 할 일은 많습니다. 모모의 몸도 마음도 다치지 않도록 잘 지켜보고 있어야 하고, 모모한테 더 잘 보여야 하니까요. 비록 현실 세계는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프러포즈를 반쯤 거절당했잖아요? 다음에는 더 멀쩡한 정신으로 거절할 수 없을 만큼 멋있는 프러포즈를 할 거니까요.
「둘만의 행복」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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