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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포스트는 Chito(@Chitochito_S)님의 CoC 시나리오 「애정은 병열」 을 유키모모 기반으로 플레이한 로그입니다.
따라서 시나리오의 전반적인 내용에 대한 핵심적인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플레이를 희망하시는 분은 주의해주세요.
※연속 탐사자입니다. 이전 얘기를 모르셔도 전혀 지장이 없지만 왜 이렇게 안 놀라고 넘어가? 같은 의문은 대부분 연속이라서…!
평행선의 어파필라이트 (KPC 유키) →
죄를 짓기 전에는 비명을 질렀습니다 (KPC 모모) →
아펠락시아의 열매 (KPC 유키) →
애정은 병열 (KPC 모모)
순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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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겨울의 차가운 바람이 가시지 않은 어느 날.
조금만 방심했다하면 감기로 앓아눕기 딱 좋은, 그런 날씨입니다.
오늘은 오프니까, 이런 추운 날씨에 굳이 나가서 눈사람이 되는 것 보다는 집안에서 느긋히 보내는 것이 낫겠죠.
물론, 안 추웠어도 안 나갔겠지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핸드폰이 울립니다.
아니나 다를까 모모의 연락이네요.


전화 너머로 평소와 다름없는 경쾌한 말씨가 들립니다. 다만 어쩐지 목소리가 확연하게 가라앉아 있네요.

소파에 앉아 담요를 두른 채로 모모의 전화를 받습니다. 날씨가 날씨고 하니, 감기라도 걸린걸까요. 평소보다 낮게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목소리보다 작게 콜록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일부러 전화에서 떨어져서 기침을 한 것 같네요.
"응... 어제까지 멀쩡했는데, 밤공기좀 마셔서 그런지 하루만에 완벽하게 감기에 걸려버렸습니다..."
푹 한숨을 쉬네요. 말이 길어질수록 평소보다 조금 느릿하게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일어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자신과 모모의 생체시계를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니까요. 또 이상한 일이 있고서 몸이 확 나빠져 휴일에 함께 집에서 자리보전을 했던 게 엊그제같은데. 날이 추우니까, 감기 정도야 그럴 만도 하지만….

묘하게 말꼬리를 흐리네요. 누가 봐도 제대로 챙겨먹은 반응은 아닙니다.

그럴 거라고는 생각 했지만요. 병원이라도 다녀왔다는 부분에 플러스 점수를 줘야 할지. 어깨에 담요를 두른 채로 귀에 전화기를 끼고는 천천히 주방으로 향합니다. 모모네 집에 환자가 먹을만한 게 있을리가 없으니… 대강이라도 준비를 해서 가야겠네요.

왠지 살짝 맥빠진 목소리가 돌아옵니다. 그리고는 조금 고민하는 듯한 으음,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말이 이어집니다.
"...와서 만들어주면 안 돼?"
옆에 있었으면 유키를 슬쩍 눈치보는 어린애마냥 올려다보며 말했을 것 같은, 그런 말씨네요.

"…알았어. 금방 갈게."

끝이 의문형인게 걸리지만, 어쨌건 확연히 목소리가 커집니다. 몸 상태 때문인지 여전히 병색은 완연한 목소리지만, 진심으로 기뻐하는게 느껴지네요. 물론, 큰 소리를 낸 탓인지 말이 끝나자마자 조금 콜록이는 소리가 들려왔지만요.

"무리하지 말고, 그냥 누워 있어. 얼른 나아야지."

늘어지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는, 무어라 대답하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버립니다.

익숙하게 모모의 집으로 향합니다.
문은 잠겨있네요. 유키라면 별 문제 없겠지만요.

:안으로 들어가자... 정리된 신발들과, 한 켤레의 마구 흐트러져서 제대로 놓이지도 않은 신발이 현관에 보입니다. 이걸 신고 나갔다 온 걸까요? 얼핏 보이는 실내는 의외로 평소보다 정돈되어있지만, 테이블이라던가, 곳곳이 어수선함을 채 숨기지 못한 채 엉망으로 흐트러져 있습니다.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는지, 방 안에서 비척비척 걸어나와 유키에게로 다가옵니다. 해맑게 웃고있지만 딱 봐도 얼굴에 열이 오른 모습이네요.

"많이 기다렸어? 방 안에 있어도 되는데."

유키를 마주 안고는 기분 좋은 듯이 웃습니다. 안은 걸 놓자 거실로 향하면서 풀죽은 목소리로 말하네요.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청소 좀 해뒀어야했는데..."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몸도 약해져서 마음도 약해진 건지, 새삼스레 부끄럽게 느껴지네요. 물론 이것도 평소보다는 정리된 거지만... 어쨌든, 유키한테 내보일 꼴은 아닌 것 같습니다. 유키 또 청소할테고...

나름 청소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거실 모습을 보니까 영… 상태가 말이 아니네요. 힐끔 거실 쪽을 보다가 다시 천천히 방으로 모모를 데리고 갑니다. 당연하지만 거실보다는 훈훈하네요. 자연스럽게 방 한켠에 외투를 걸어둡니다.
"몸도 안 좋은데 그냥 누워 있어."
하면서, 모모를 침대에 앉히네요.
:방 안에는 병원에 입고 다녀온 것인지, 겉옷이 바닥에 널려있습니다. 이불도 방금전까지 사람 있다가 일어났어요 하고 말하는 것 마냥 적나라한 모습이네요.

유키가 더 자주 오는 건 좋지만... 그런 이유로 오는 건 여러모로 풀이 죽는데요... 속으로 웅얼거립니다. 유키의 말에 굉장히 시무룩해보이는 모습이지만 일단은 순순히 침대에 앉습니다. 그리고는 느릿느릿 이불 속으로 들어가 다시 이불을 덮어서 둘둘 맙니다.

:냉장고를 열어보자... 여러모로 생활감이 부족하네요. 인스턴트나 즉석식품이 가득하고, 그나마 굴러다니는 야채나 예의상 존재하는 듯한 몇 개의 사과들이 아슬아슬 밸런스를 맞추고 있습니다. 물론,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듯 보입니다. 그래도 상하지는 않은 것 같아 재료로 쓰려면 쓸 수는 있겠네요.

쌀을 불려두고는 부엌 한쪽에 걸려 있는 자신 전용의 앞치마를 능숙하게 두르네요. 곧이어 씻고, 다지고… 야채를 손질합니다. 주변의 공기 때문인지, 물이 좀 차갑기는 하지만요. 대충 준비가 되었으면 냄비 안에 재료들을 넣고 요리를 시작합니다. 그다지 오래 걸리지는 않겠네요.
:모모가 누워있는 탓인지, 평소와는 달리 조용한 실내에 음식이 익어가는 소리가 잔잔히 깔립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달칵 하며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네요. 안쪽에서 자기 키만한 담요를 망토처럼 걸친 모모가 나옵니다. 그리고는 느릿느릿 소파로 걸어가 담요를 박쥐마냥 두르고 털썩 엎드려서는 고개를 빼밀어 유키를 구경합니다.

힘은 없지만 행복해보이는 목소리로 중얼거리곤, 빙글 몸을 돌려 소파에 몸을 파묻습니다.

"다 됐어. 배 많이 고파?"

천진난만하게 대답하고는, 여전히 담요에 둘둘 말린 채 일어납니다. 두발로 걷는 김밥이 곧 식탁에 와서 앉고는, 그제서야 담요를 상반신만 적당히 풀어해치네요. 그리고는 수저를 들고는 어쩐지 잠시 우울한 표정을 짓습니다.
"옛날에는 유키가 해주는 밥 매일 먹을 수 있었는데... 아니, 그만큼 유키가 고생했지만...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유키랑 매일 같이 있었는데. 하고 한 숟갈을 입에 떠넣습니다. 우물우물거리면서 언제 그랬냐는 양 다시 행복한 표정을 짓네요. 한 숟갈을 연이어 뜨려다가, 아 맞다, 하고는 웃으며 말합니다.
"깜빡했네, 잘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 유키, 미안. 모처럼 쉬는 날인데 불러서..."
분명 유키 일어난지 얼마 안 됐을텐데, 댓바람부터 불러서 죽이나 만들게 하고! 아무리 편한 사이인 파트너라지만!
풀 죽은 강아지 같은 표정으로 마저 죽을 먹네요. 누가 보면 눈칫밥 얻어먹는 줄 알 정도로 위축된 모습입니다.

마주본 채로 죽을 먹고 있다가, 모모의 말에 고개를 듭니다. 그릇을 보니 확실히 평소보다 먹는 속도가 조금 더디네요. 몸이 안 좋아서 그런가, 아니면 쓸데없는 생각을 하느라 그런가. 아니면 둘 다라던가.
"오고 싶어서 온 거니까, 신경 쓰지 마."
평소에는 모모가 자신의 어리광을 잔뜩 들어주니까요. 아플 때 정도라도 모모가 하고 싶은 것들은 대부분 들어주고 싶고. 어차피 딱히 예정도 없었고, 집 밖으로 나갈 생각조차 없었으니까…. 모모가 아프지 않았다면 모모를 집으로 불러서 꽁냥댔을 예정이 있었던가, 없었던가. 어쨌든 자신이 왔으니까 별로 상관 없지만요.

유키의 말을 듣자, 안심한것인지 달그락거리던 수저를 내려놓고는 유키를 보며 웃습니다. 열 때문에 붉은 것인지, 부끄러워서 붉어진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토마토마냥 얼굴이 새빨갛습니다.
"그래도, 이런 엄청난 미남이 병문안 와서 요리까지 해주는 삶이라니... 모모쨩의 인생 완전 대 성공입니다..."
아프다는 걸 몰랐으면 술에 취한것 처럼 보였을 정도로, 실없는 목소리로 말하며 웃음을 짓네요. 한 술 떠넣고 난 숟가락을 입에 물고는 뭐가 그리 좋은지 유키를 빤히 바라보다가 미소를 짓습니다.
방금 전 까지 풀죽어 있던게 거짓말 같네요. 여러모로 상태가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반짝반짝,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웃으며 예쁜 얼굴을 해 보입니다. 쳐다보고 있으니 서비스로. 곧바로 식으니까 얼른 먹어, 하고 부드러운 말투로 타박을 주기는 하지만요. 그나저나, 정말 상태가 안 괜찮은 것 같아서… 얼른 약 먹이고 재워야겠다는 생각만 잔뜩 듭니다.

토마토같은 얼굴은 더 빨개져서 조금만 더 빨개지면 터질 것 같습니다. 그런 잘생긴 얼굴을 마주하면 더 이상 밥이 문제가 아니게 되는데요...! 그치만 유키가 만들어준 음식을 허투루 하는 불경을 저지를 순 없으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열심히 마저 퍼먹습니다. 천천히 먹긴 했어도 깨작거리진 않은 탓에 슬슬 다 먹어가네요. 그리고 이내 그릇을 깔끔하게 비웁니다. 아파도 이럴 식욕은 있어서 다행이네요. 식욕이었는지, 유키가 해준 요리를 먹고싶은 마음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유키에게 잘먹었습니다, 하고 인사를 하고는 식기를 치우려는 듯 빈 그릇에 수저를 올리다가... 갑자기 그릇을 내려다보며 뚝뚝 눈물을 흘리기 시작합니다.

"…왜, 왜 그래? 그렇게 아파…?"

고개를 휘휘 젓고는, 소매를 손끝까지 당겨 쥐고는 눈물을 닦습니다.
"그냥, 유키랑 같이 있는게... 행복해서..."
유키의 당황한 기색에 다행히도 더 이상 울음을 터뜨리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연신 훌쩍거립니다. 그리고는 의자에서 일어나 걸쳐진 담요를 팔락이며 식기를 개수대에 가져다놓습니다. 그리고는 유키의 의자 뒤쪽으로 돌아와서는 그대로 담요를 몸에 감은 채 유키의 어깨를 뒤에서 껴안고 고개를 파묻습니다.

"…나도 행복해. 슬슬 들어가서 쉴까?"

"... 유키, 또 청소할거지."
빤히 테이블이 난장판이 되어있는 거실을 바라보며 말합니다. 그리고는 들어갈 맘이 없다는 듯 그자리에 서서는 다시 담요 앞자락을 손으로 모아 망토처럼 닫습니다.
"그럼 누워서 유키 구경할래."

"…약은 어디에 뒀어?"

"약은 부엌 벽에 있는 선반에 올려놨어..."
눈으로 부엌을 바라보고는, 이내 다시 유키에게로 시선을 돌립니다. 유키를 계속 시선으로 좇을 생각인지 빤히 바라보네요.

"일단 이거 먹고. 청소는 다음에 할 테니까… 들어갈래?"

약 설명서를 읽어봐도 뭔소린지 몰라서 일단 머리가 좀 맑아지면 생각하자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나저나 또 들어가라는 소리. 뭐하러 담요까지 찾아서 끌고 나온건데! 유키한테 차마 싫다고 답하지는 못하겠는지 방으로 들어가기 싫다는 의사표현을 몸짓으로 합니다. 이미 둘둘 말린 담요를 보란듯이 더 꾹 말고는, 소파위에서 몸을 웅크려버리네요. 부루퉁한 표정을 짓고는 유키를 바라보며 볼멘소리를 합니다.
"유키 지금 나 재우려고 그러는거지."

모모의 말에 물컵을 바닥에 내려놓습니다. 약봉지에서 약을 꺼내 이리저리 살펴보네요. 이건가? 봉지를 찢어서는 약을 손바닥에 털어 모모의 입가에 가져다댑니다.
:그렇게 약을 먹이려고 했는데... 뭔가, 막상 꺼내보니 가루약의 종류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게다가 무슨 약을 먹여야할지 감도 안오게, 약은 이게 일반적인 약이 맞기는 한가 싶은 모양새를 하고 있습니다. 봉지마다 약의 색도 다르고, 보통 식전 식후가 적혀있는 곳에는 색의 이름들이 쓰여있습니다. 뭔소린지 모르겠다고 한게 이것 때문이었을까요. 게다가 가루약을 꺼내고 나니 남은 봉투 안에도 또 뭔가가 잔뜩 들어있습니다.
가루약은...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감청, 보라, 연지, 검정, 하얀색의 가루들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팍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 색도 있었지만, 대놓고 이름이 적혀있으니 그게 맞겠죠.

:익숙한 모모의 집이니 구급상자는 금방 찾겠지만, 있는 약이라고는 두통약이나 소화제같은 정말 상비약중의 상비약 밖에 없네요. 정작 상처나 외적 부상 치료에 필요한 도구들은 잘 갖춰져있는게 모모 답습니다. 어쨌든, 지금 상황에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모처럼 쉬는 날에 유키랑 단 둘이 있는데 자라니... 너무하잖아!"
괜시리 발치에 있던 쿠션을 발로 꾹꾹 누르며 괴롭히다가, 다분히 경망스러워보이겠다고 생각했는지 이내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얌전하게 발을 모읍니다. 유키가 보지는 않았겠지... 하고 내심 생각하면서.

모모의 이마를 짚어보고는 역시, 하고 한숨을 쉽니다. 모모는 대체 어디 약국에서 약을 타온건지 모르겠고, 상태는 지금 당장이라도 재워야 할 것 같은데 말이죠.

"약은 내가 사왔잖아! 내 멋대로 사온 것도 아니고 병원 진찰 받고 제대로 진단서도 받고 처방전대로 받아서 왔다구..."
팔을 뻗어 테이블 위에 널부러져 있는 비닐봉지를 툭툭 칩니다. 안에 뭔가 들었는지 통통 하는 소리가 나네요. 그리고는 팔을 다시 담요속에 파묻고 세상 억울한 표정으로 유키를 노려봅니다. 노려본다고 해도, 좀만 더 뭐라하면 다시 눈물을 터뜨릴 것 같은 상이지만...

따로 안내를 받았을수도 있겠네요. 모모의 눈 앞에 탈탈 털어서 보여줍니다. 모모는 어쩐지 오늘따라 감정 기복이 심해 보이네요. 아파서 그런 걸테니 최대한 빨리 약 먹이고 재워야겠지만…. 일단 가까이 뒀다가는 쏟아질수도 있으니 물컵을 테이블 위에 올려둡니다. 그러다가 모모가 톡톡 쳤던 비닐봉지에 시선이 가네요. 안에 뭐가 들었는지 확인할 수 있을까요?
:테이블 위에는 온갖 것들이 어지러져있네요. 그 중 비닐봉지를 확인합니다. 안에는 접혀있는 A4 용지 두 장과, 두 장의 영수증, 간단하게 포장된 간이 온도계, 아직 따지도 않은 새 모모링 병이 들어있습니다. 아까의 소리는 병 때문에 난 듯 합니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자기도 잘 모르겠으니 유키한테 큰소리로 반박할 수가 없네요. 유키가 보이는 약을 빤히 보다가 휙 눈길을 돌려버립니다. 그래도 나름 큰 병원 가서 진료받고온건데... 의사가 거짓말 쳤을리가 없잖아. 왜 쓸데없는 것 가지구 자꾸... 까지 생각하다가, 나 지금 유키한테 짜증내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혼자 침울해집니다.

모모가 고집을 부릴 수 없도록 스케쥴 이야기를 꺼내네요. 휴일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긴 것도 아니고 빨리 낫지 않으면 여러모로 곤란하니까요. 물론 걱정되는게 제일 큰 이유지만, 쉽사리 집 밖으로 나가게 해줄 것 같지도 않아서.

스케쥴 얘기를 꺼내다니 반칙 아니야?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유키는 왜 아까부터 약, 약, 약 얘기만 꺼내는 건지. 그렇게나 나가고 싶은 거야? 눈 앞에 약이 있는데 약을 사러 가겠다고 하면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하는데. 진짜로 약을 사러 가고 싶은게 맞는거야? 유키를 의심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상황이 이상하잖아! ... 같은 말들을 차마 입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마음속으로만 중얼거립니다. 그러다가 결국 스스로 과부하가 걸린건지, 아무 반응도 안하고 가만히 있는데 또 다시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흘러내립니다.

엄청 억울해 보이는 표정인데. 손을 들어 걱정스러운 듯 모모의 눈가를 조심스럽게 닦아냅니다. 개인적으로 모모의 상태가 이렇게 이상할 때는 대부분 좋지 않은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니, 정말로 얼마 되지 않았고. 설마라고는 생각하지만, 설마가 사람을 잡으니까….
"금방 올 테니까. …응?"


:오카링에게 전화를 걸어보지만...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으니 용건은 다른 방향으로 남겨달라는 자동 응답만이 흘러나옵니다. 그러고보니 오늘 둘이 오프인 틈을 타 회의할 일을 처리하러 갔다고 했던가.

"…그럼, 잠깐 다녀올게. 바로 이 아래고, 다녀와서는 계속 있을 테니까."
모모의 머리칼을 조심스레 쓸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방 안으로 들어옵니다. 지갑이 들어있는 외투를 입고는 모모를 한번 돌아보고는 집을 나서네요.
:모모는 유키가 다 나갈때까지도 별다른 반응이 없습니다. 단단히 삐진건지 뭔지. 어쨌든, 그런 모모를 두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어디로 갈까요?

:가장 가까운 약국으로 향합니다. 약국 안에는 평일인데도 사람이 제법 많네요. 마스크를 쓴 사람도 많은 걸 보니 이래저래 감기가 유행인가봅니다. 약국의 점원이 밝은 목소리로 유키를 맞이하다가, 잠깐 멈칫합니다. 속으로 저 사람 유키 아냐...?하고 생각하고 있는게 얼굴에 드러나네요.

눈이 마주치면 아이돌 같은 얼굴을 해 보입니다. 날이 춥다고는 해도 모모가 감기에 걸리다니, 정말 독한 바이러스인가봅니다. 상비약이니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아 계산을 끝내고 나올 수 있겠네요. 모모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얼른 돌아가봅니다.
:점원은 금방이라도 꺅 소리를 낼 것 같은 표정을 짓다가 어버버하며 약을 계산해줍니다. 그래도 빠르게 착착 약을 꺼내고 계산까지 마쳐서 주는 것 보니 프로네요. 약을 가지고 모모의 집으로 돌아갑니다. 나올 때 잠그지 않았으니 문은 잠겨있지 않겠네요.

"…모모, 약 사왔어."
말을 하면서 거실로 향하네요. 모모는 아직 소파 위에 있나요?
:모모는 현관에서 조금 떨어진 어중간한 맨바닥에 담요를 둘둘 만 채 누워있습니다. 유키가 들어와도 새우마냥 몸을 말고 고개를 파묻은 채 쳐다보지 않았지만, 유키의 기척에 움찔한 것 보니 잠들었거나 한 것 같진 않네요. 아까 그러고 나가서인지 일부러 무시한 것 같습니다.

"여기 있으면 춥잖아."

유키가 말을 걸자, 이번에는 슬그머니 파묻은 고개를 듭니다. 그러나 유키를 바라보거나 대꾸를 하거나 하진 않네요. 표정에는 침울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아까보다 더 화가 난 것 같기도 하고... 한참을 그러고 나서야, 말린 담요를 풀고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다시 망토같은 차림을 하고 앉습니다. 괜히 컵과 약만 노려보면서 입을 엽니다.
"유키가 맘대로 나갔으니까."

봉투에서 약상자를 꺼냅니다. 약 몇 알을 뜯어내어 모모의 손에 쥐어주네요. 컵도 슥 밀어 모모의 가까이에 가져다 둡니다. 바닥이 차서 모모가 누워 있었던 게 걱정이 되네요. 오늘따라 왜 이렇게 말을 안 듣지?
"…얼른 먹고 쉬자. 계속 곁에 있을 테니까."

"유키, 지금 날 안 믿고 있는거지?"

정말 진심으로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네요. 짐작가는게 없습니다. 모모가 뭔가 했던가요? 나갔다 오지 말라고 했던 거? 그치만, 집에 상비약 정도는 챙겨 두는게 나을테고.

꼭 이럴때는.
그리고는 들고있던 약을 홱 입안에 털어넣고는 물과 함께 삼켜버립니다. 빈 컵을 들고 일어나, 개수대에 던져넣습니다. 여러 가지가 부딪혀 요란한 소리가 났지만 다행히 뭔가 깨진 것 같은 소리는 아니네요. 비틀비틀 걸어서 난리난 테이블 위를 한 손으로 대충 밀어 치우고는, 봉지 안에 들어있던 모모링 병을 찾아냅니다. 그대로 따서 마시며 소파에 다리를 모아 발을 올린 채 앉네요.
듣기 싫은 말만.

개수대에서 들리는 소리가 불쾌하네요. 모모를 따라 앉아 있었던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모모와 조금 떨어진 자리에 앉아 정면을 보고 있네요. 와서 해달라고 해서 죽도 끓여줬고, 아프니까 약도 사다 줬는데 대체 뭐가 불만인 걸까요?

"실컷 말해도 멋대로 나갔다 온게 누군데."
혼자 중얼거리듯이 말했지만, 그래봤자 같은 공간 안에 있었던 유키에게는 선명하게 들렸겠네요.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그리고는 눈을 둘 곳이 마땅찮은지 괜히 테이블만 노려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이번에는 아예 대놓고 유키에게 말하네요. 전혀 유키를 보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게 약, 약 노래를 부르더니 이제 약 먹었으니 됐지? 그럼 이 다음엔 내가 방에 얌전하게 들어가서 자면 만족하겠네. 알았어, 그렇게 할테니까 유키는 청소를 하든 집에 가든 뭘 하든 맘대로 해."
꾹 입술을 깨물고는, 아까부터 그렇게 말고있던 담요를 소파에 내팽겨 친 채 방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끝까지 유키 쪽은 바라보지 않은채로.

거실 정리, 해야 하는데…. 그럴 기분은 아니고, 그렇다고 상태가 저렇게 안 좋은데 가만히 놔두고 가기에는 마음이 찝찝하니까요. 나가봤자 분명 현관 앞에서 30분정도 서 있다가 다시 돌아왔을 것 같고. 기분 탓이겠지만, 상비약 먹는 정도로는 멀쩡해 질 것 같지도 않은 예감이 듭니다. 이런 찝찝한 기분… 분명히 어디선가 느꼈던 것 같은데….
어쨌든 환자의 멱살을 잡고 짤짤 흔들수는 없는 노릇이니, 모모가 얌전히 잠들었다고 가정하고 시간을 보내면서 수시로 상태를 살펴야겠네요. 사과는 다 낫고서 받는 걸로.
소파 위에 놓여져 있던, 모모가 타온 약봉투를 봅니다. 약국 이름 같은 건 써져 있나요? 아는 약국이라던가.
:약국의 봉투에는 이름이 적혀있긴 합니다만, 생전 처음 보는 이름이네요. 주변에 이런 약국이 있었던가..? 그것 말고는 평범한 약봉투입니다. 오늘 날짜와 모모의 이름이 적혀있네요.

:두 장의 A4용지들 중 하나는 진료 소견서, 하나는 안내문이라고 적힌 종이입니다. 안내문도 병원에서 내준 걸로 보이네요.

:병원에서 내주는 익숙한 서류입니다. 약국과는 달리 낯익은 근처 병원의 이름이네요.
(교육 어려움 판정 해주세요.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76 |
| 판정결과: | 실패 |
:소견서에는 역시나 의학 용어나 약어들 투성이입니다. 무슨 말인지 당췌 알 수가 없네요.
소견서의 하단에는 필기체로 휘갈긴듯한 의사의 이름이 서명되어 있습니다만... 이것, 뭐라고 읽는 걸까요?
단순히 외국어라서 읽히지 않는 느낌이 아닙니다.
뭔가 글자가 아닌 것을 들여다 보는 듯한...
왠지, 계속 보고 있으니 두통이 오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SANC 0/1D2 입니다!

| 기준치: | 63/31/12 |
| 굴림: | 43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크툴루 신화 기능 사용해서 읽어봐도 될까요?
:(가능은 합니다.

| 기준치: | 7/3/1 |
| 굴림: | 65 |
| 판정결과: | 실패 |
뭐랄까, 이전 악보에 써져 있었던 것 마냥 불쾌한 글자네요. …정말 그런 건 아니겠지? 약간의 현기증을 느끼면서 종이를 다시 접어버립니다. 안내문을 살펴봅니다.
:안내문에는 파스텔 톤의 [환절기 대비! 감기에 대처하는 간병인을 위한 6가지!]라는 헤드라인이 보입니다.
동화 풍의 삽화도 첨부되어 있네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환자에게 관심을 기울여 주세요.
2. 수시로 열을 체크하거나 상태를 묻는 등 경과에도 주의를 기울입시다.
3. 체온계의 올바른 사용법을 준수해주세요.
4. 가루약은 한 번에 세 가지 이상 섭취하지 마세요.
5. 37도 미만의 환자에게는 한색, 38도 근처의 환자에게는 중성색, 39도 이상의 환자에게는 난색 음식을 권합니다.
6. 무채색 음식은 모든 환자에게 좋습니다. 그러나 과하면 독이 됩니다.

욕실로 들어가 대야에 물을 받아 수건을 넣어둡니다. 온도계를 챙긴 후 모모가 있을 방문을 살짝 열어 대야를 들고 안으로 들어가네요. 들어오면서 문을 닫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수건이 든 대야를 바닥에 내려두고는 침대에 살짝 걸터앉네요. 모모는 자고 있나요?


걱정이 가득 담긴 목소리네요. 역시 아직 화났군. 하지만 연기파 아이돌인걸요. 잘못한 게 없어서 기분이 나빠도 참을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상냥한 연인의 표정을 하고 땀에 살짝 젖어 흐트러진 모모의 머리를 매만집니다.

"안 갔네."
안도라기 보다는, 퉁명스러운 의아함만 가득한 목소리네요.

조금만 더 힘을 줬으면 다물린 입에서 빠드득, 하고 이 갈리는 소리가 났을지도 모르겠네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웃는 얼굴 그대로 대야를 침대맡에 들어올려 조심스레 수건의 물기를 짜냅니다. 살며시 손에 쥐어 모모의 이마를 닦아주네요.

유키의 손길을 딱히 거부하지 않고, 가만히 있습니다. 여러모로 복잡해보이는 표정을 하고있네요. 열이 오른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가, 차가운 수건이 와닿자 그제서야 조금 열이 물러가며 현기증이 가시는 느낌이 납니다. 본능적으로 손을 올려 수건을 이마에 계속 대고 있으려는듯 살짝 누르네요.

:흔히 볼 수 있는 끝이 가느다란 생김새의 전자 체온계입니다.

"모모, 입."


:체온계에서 소리와 함께 38.5도라는 표시가 뜹니다.

:안에는... 가루약 말고도, 무색 투명한 액체가 든 유리병과 무언가가 적힌 흰 색의 카드가 들어있습니다.

:카드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있습니다.
반드시 환자의 상태에 알맞게 약을 조합해 시럽에 섞어 사용해주세요.
약을 잘못 복용할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열 높으니까… 무리 하지 말고."


:테이블 위는 이래저래 어수선합니다. TV 리모콘, 소견서를 비롯한 것들이 들어있던 비닐봉지, 노트북, 책, 마시다 남은 듯한 모모링 병... 아까 이게 있는데 새걸 뜯은건가요? 어쨌든, 말고도 다 먹고 안치운 과자 봉지... 그나마 바닥까지 점령을 당하지 않은게 다행입니다.

:테이블에는 그 외에 눈에 띄는 점은 없습니다. 다만, 유키가 정리를 하다가 노트북이 건들렸는지 화면이 켜지긴 했네요.

:노트북 화면에는 인터넷 창에 그림 하나만 떠 있습니다.
(호잇 핸드아웃

:한결 깔끔해진 테이블은 그제서야 제대로 된 모습을 드러내네요. 테이블 위에 남은 몇가지를 제외하고 거실에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없습니다. 다만 올려져있던 책은 모모 집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책이기는 하네요.

:"색의 기원"이라는 제목입니다.

:책을 펼치자, 책갈피가 꽂혀있는 페이지가 먼저 펼쳐집니다.
제목답게 색과 관련된 내용인지, 색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붉은 펜으로 밑줄이 그어진 부분도 있네요.

검은 색은 모든 빛을 흡수하는 색으로 무거움, 두려움, 암흑, 공포, 죽음 등을 상징한다.
흰 색은 모든 빛을 반사하는 색으로 순결, 순수함, 숭고함 등을 상징하며
심리적으로는 감정이나 사고를 정화해주고, 해방감을 준다.

:책갈피에는 별다른 말이 없습니다. 다른 페이지에는 다양한 색상들에 대한 분류나 종교에 있어서의 색의 의미, 자연에서 색이 어떤 물질로 인해 나타나는지 등 색을 다방면에서 고찰한 내용들이 이어집니다. 내용이 너무 방대해 읽어보려면 한 세월이 걸리겠네요.

:모모는 아까와는 다르게 침대 헤드와 베개에 몸을 기댄 채 침대 위에 앉아있습니다. 분명 유키가 얹어놓고 갔을 터인 수건은 바닥에 팽개쳐져있네요. 모모의 표정은 여전히 썩 좋지는 않네요.


침대 위로 올라가 가만히 모모의 이마에 손을 대 봅니다. 아까보다 조금 더 뜨겁다거나, 다른 이상이 없는지 살펴봅니다. 안색은 여전히 나쁘고, 널려 있는 수건은 모모의 기분이 명백하게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네요.
:열은 나아지지도, 심해지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상태가 나빠졌다던가 그런 것도 보이지 않고... 그저, 나빠보이는건 모모의 기분 뿐이네요.


:(둘 다 먹어본건가요?

:시럽은 아무런 맛도 냄새도 나지 않습니다. 마치 맹물을 먹는 느낌이네요.
가루약은 매우 쓴 맛이 납니다. 보통 약이 쓰다는 걸 감안해도 많이 쓰네요. 게다가 아프지도 않은데 먹은 탓인가, 왠지 속이 메스꺼워지는 느낌입니다.
(SANC 0/1 입니다.

| 기준치: | 63/31/12 |
| 굴림: | 99 |
| 판정결과: | 실패 |
:(?

이런 걸 먹여도 되는거야? 그래도 아직 큰 문제는 없는 것 같기는 한데…. 조급하게 시럽에 하얀색 가루약을 절반쯤 섞어 약을 만듭니다. 괜찮겠지, 괜찮을 거야. 결과적으로 잘못된 적은 없었잖아. 모모의 입에 시럽 스푼을 가져다 대네요.
"진정해, 모모. 괜찮으니까… 일단 약 좀 먹고."

"... 유키는 날 왜 걱정하는 거야?"
생각치도 못했을만한 말이 입에서 튀어나오네요.

"네가… 아프잖아. …좋아하는 상대를 걱정하는 게 뭐가 나빠?"
결국 입에서 나오는 건, 입에 발리지도 않은 투박한 말이네요. 솔직히 모모의 입에서 나온 소리에 조금 당황하고 있고…. 역시나 말이 부족했다고 생각했는지 두서없는 말을 이어갑니다.
"…모모가 모모인 이상, 내가 모모를 좋아하고, 마음을 쓰고, 걱정 하는 건 당연하잖아."

뒤의 말을 이으려해보지만,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유키한테 이런 말을 할 수는 없다는 마음과, 목구멍에서부터 튀어나오려고 하는 말이 열심히 충돌하는 것을 느낍니다. 몇번이고 운을 떼려는 듯 입을 벌렸다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닫기를 수 번.
"... 그건, 정말로 내가 나여서 그런 게 맞아?"
유키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 이상 불안하게 흔들리지 않지만...
하나로 갈무리지어진 시선에는 투명하게 그 속마음이 비치고 있었습니다.
모모는 지금, 유키를 믿지 못하고 있네요.
:(유키 지능 롤 해주세요.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25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단순한 감기가, 이렇게 까지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수 있나요? 아무리 많이 아플 지언정, 모모는 유키에게 그런 소리를 내뱉거나, 그런 시선을 보낼 사람은 아닙니다. 모모는 지금... 어디가, 어떻게 아픈 건가요?
(SANC 0/1 해주세요.

| 기준치: | 62/31/12 |
| 굴림: | 53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차마, 차마 이런 말을 하면서 유키를 볼 수는 없다고. 본능이 고개를 떨굽니다.
"내가 없으면 곤란하니까... 그래서."
그래서, 내가 필요해서, 이렇게... 더 이상의 말을 잇지는 않지만, 숙인 고개도, 이불을 붙잡은 손도, 어깨도. 확연하게 떨리고 있습니다.

시럽을 들고 있던 손을 천천히 내립니다. 그런 말을 듣는 유키의 표정은 아까보다 더 굳어있어, 명백하게 당황스러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겠네요. 모모에게는 보이지 않겠지만.
"…왜, 그런 말을 해?"
불안한 감정이 해일마냥 밀려옵니다. 모모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던 때. 자신의 손을 뿌리치고 도망쳤을 때. 야마토가 연기로 자신을 속였을 때 느껴졌던 아득함. 무언가 손에 잡히지 않은 채로 빠져나가는 느낌. 아무리 모모가 멀쩡한 상태가 아니라고 해도, 그 말은 좀 아니잖아. 또 다시 사라져 버려. 뭐라도, 뭐라도 말 해야….
"나는."
갑자기 목이 막혀옵니다. 이윽고 꽉 막힌 듯한 목소리로 괴로운 듯 말을 내뱉네요. 항상 구원받았어. 어두운 곳에서 네 목소리가 나를 꺼내줬어. 내가 그다지 믿음이 가는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시간이 얼마나 지나야 믿어줄 수 있는 건데?


차분히 허공으로 들어올려진 손은 유키에게로 뻗어가, 거의 유키한테 돌진하는 것에 가까운 기세로 유키를 끌어안습니다. 그 기세에 유키가 침대에 쓰러졌겠지만, 자신도 같이 쓰러졌지만, 알 바인가요. 여태까지의 괴로움을 다 토해내듯 유키를 끌어안고, 유키에게 고개를 묻습니다.
아까까지의 응어리가, 아까까지의 무수한 고뇌가 지금 이 말을 듣기 위해서였다고 외치는 것만 같습니다. 유키, 기뻐. 그런 말을 해줘서. 내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고 해줘서. 그런식으로 쭉, 나에게 확신을 줘. 내가 흔들리지 않게. 내가, 내가 겨우 상념따위에 져서 유키를 의심하는 어줍잖은 실수 같은 걸 하지 않게.
"나도."
파묻고 있던 고개를 들어, 유키를 마주봅니다. 그 표정은 과할 정도로 기쁨에 가득 차 있어서...
"나도 유키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으니까."

"그러니까, 아까처럼, 멋대로 사라지거나 하면, 나는, 나는..."
마치 과호흡을 일으킨 듯,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듯 말이 뚝뚝 끊어집니다.
"죽어버릴지도 모르니까..."
그리고는 하고싶은 말을 했다는 듯, 편안한 표정으로 유키를 보며 더할나위 없이 상냥하게 웃습니다.

흔들리는 시선으로 맞잡은 손을 내려다봅니다. 열이 나서 따끈따끈하네요. 질척하게 묻은 약의 감촉이 닿아있는 피부 사이로 끈적하게 느껴집니다. 곧이어 모모와 눈을 마주치네요. 그 표정은, 마음 속의 모든 고민이 풀린 것 마냥 순수하게 웃고 있어서. 괜찮은 걸까. 자신에게 무언가 문제가 생긴 것 보다, 모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때가 훨씬 불안한걸요. 모모는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갑자기 튀어나가는 통제가 어려운 사람이니까. 모모에게 들끓고 있는 열병은, 대체 모모를 어떻게 하고 싶은 건지.
조심스럽게 손을 풀어냅니다. 주저하다가 모모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서는, 안아왔던 팔에서 빠져나가네요. 바닥에 떨어진 수건을 가져와 모모의 천천히 손을 닦아줍니다.
"…가지 않을 테니까, 얼른 나아."
다 나으면, 함께 돌아다니고. 데이트도 하고. 침대에서 누워있는 것 말고도 함께 시간을 보내자. 구석구석 진득하게 묻은 시럽을 닦으며 말하네요. 어린아이를 어르듯, 다감한 말투입니다. 표정은 아직도 조금 불안한 기색이 남아 있지만요.

"... 그치만."
그리고는 유키의 팔을 끌어당기며, 자신의 몸은 더 가까이 다가갑니다.
"그치만, 그건 그 시간만 유키와 함께 보내는 거잖아."
그건 내가 바라는 대답이 아니야, 하고 말하는 듯한 선홍색의 눈동자. 그리고는 눈을 살짝 가늘게 뜨며 웃습니다. 그리고는 이내 다시 유키를 왈칵 안고는 침대 위에서 한바퀴를 데굴 굴러, 유키를 자신의 가슴팍에 얹은 채 말을 잇습니다.
"나는 눈 떴을 때 부터, 눈 감을 때까지... 쭉, 유키랑 같이 있고 싶어. 아니, 그래야 해... 그러지 않으면, 못 버틸거야."

"우린 그럴 수 있는 사이잖아."
그렇지.
그렇지?

은근히 괜찮은데? 하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어렵사리 지워냅니다. 좋은 건 좋은거고, 이상한 건 이상한 거니까요. 손에 잡혀 강제로 모모와 시선을 맞추고는 있지만, 어쩐지 눈동자 속에서 광기가 느껴집니다.
차라리 정반대 상황이었다면 모모가 자신을 제압시키고 약을 먹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지금 자신은 있는 곳에서 빠져나가기도 어렵네요.
"…모모가 아픈 건 싫으니까. 열 재고 약 먹으면 안 될까…?"
설마 이것도 안 통하는 걸까요. 두려운 와중에 힘빠진 웃음을 지어보입니다.

영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볼을 부풀리더니, 양 손으로 유키의 뺨을 쓰다듬습니다.
"내가 무슨 환자인 것 마냥..."
그리고는 뺨을 따라, 손을 조금씩 쓸어내리며 목까지 내려갑니다. 목에서 손길을 멈추고는 빤히 목을 바라보다가, 시선만 슬쩍 올려 유키를 바라봅니다. 그 시선에는 어린아이가 나쁜 장난을 치기 전, 눈치를 보고 타이밍을 재는 듯한 그런 섬칫한 장난스러움이 느껴집니다. 그런 것도 잠시, 이내 다시 손을 놓으며 몸을 홱 돌려 베개를 끌어안고 고개를 파묻어 버립니다.
"싫어."
:모모가 베개를 빼내자, 무언가 찰그랑 하는 소리가 나네요.

:큰 베개가 완전히 치워진 것은 아니라 가려져서 완전히 보이지는 않지만... 무언가, 반짝이는게 베개 밑에 있네요. 그것이 베개가 움직이면서 헤드에 부딪혀 난 소리인 듯 합니다.

역시 소리에 시선을 돌리고는 베개를 집어들어 다시 휙 제자리에 돌려놓습니다. 그리고는 양 손으로 베개를 꾹 누른 채로 있네요.

"열 때문에 멍하잖아? 오늘만 말 잘 들으면, 앞으로 원하는 거 다 들어 줄 테니까…."
부디 오늘 안에 이 간병이 끝났으면 좋겠지만요.


:체온은 여전히 38.5도를 가리킵니다. 0.1도도 변하지 않았네요... 고장난 건 아닌 것 같은데.

"모모, 일단 이거 먹자."
아, 하고 소리를 내며 모모의 입가에 가져다 댑니다. 이번에는 떨어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초록색 액체라니. 누가 봐도 끔찍한 색의 약을 보며 인상을 찌푸립니다. 이런건 유키나 좋아할 만한 색이잖아... 하고 불만스러운 눈길로 약과 유키를 번갈아 바라봅니다.
"... 이거 진짜 약이야?"

사실 나도 잘 모르겠어. 라는 말은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하네요. 먹이려다 말고 스푼을 내립니다. 역시 아까처럼 하얀색 약을 먹일 걸 그랬나? 약봉투를 다시 뒤집니다. 뭐 더 없나…. 카드를 꺼내서 뒷면을 살펴봅니다.
:카드 뒷면에는 다음과 같은... 글씨? 가 적혀있습니다.
▒▒▒▒▒▒+P▒▒▒▒▒
:상당히 번져있어 제대로 알아보기가 힘듭니다.

:(굴려주세요.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60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어떻게든 눈으로 가늠해보니, 아마도 대문자로 적힌 듯한 큼지막한 첫머리 글씨 정도는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W▒▒▒▒▒+P▒▒▒▒▒

"…보라색은 괜찮아?"

고개를 끄덕이긴 합니다만... 그치만 초록색에 보라색이라니... 설명서에 그렇게 적혀있었던거야? 아니면 유키의 초이스야? 묻고싶지만 후자면 좀 머쓱할 것 같으니 그만둡니다. ...유키의 질문을 제대로 이해한건지?





:다행히 숨은 제대로 쉬고 있네요. 오히려 누가보기에도 제정신이 아닌 듯한 아까보다 더 편안하게 숨을 쉬고 있습니다. 베개 밑에 들어있던 것은... 과도네요.

과도 보고 놀란 가슴을 편하게 자고 있는 모모로 달래기로 합니다. 큰 문제는 없었던 모양인지 고른 숨을 쉬고 있어서 조금 마음이 놓이네요. 옆자리에 앉아서 한참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긴장이 풀렸는지 벽에 몸을 기대고는 눈을 깜빡거립니다.
"…잘 자."
모모가 자고 일어나면 원래대로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네요.

아마, 이 상태로 모모의 열은 조금씩 내릴테고...
머지 않아, 평소의 온기를 가진 모모로 돌아오겠죠.
몸이 아프면 마음이 쉽게 약해진다는 말이 있던가요.
모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그러나 끝까지 떠나지 않고 자신을 돌봐준 유키에게, 분명 고마워하고 있겠죠.
악몽같은 열병에서 벗어난 모모가 지금은 기분 좋은 꿈을 꾸고 있기를.
ENDING 2 「남은 것은 당신의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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