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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후각이 깨어났다.
그리고 약품의 냄새를 맡고는, 여기가 수술실이라는 것을 떠올린다.
눈을 뜨려고 해도, 어째선지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안구를 돌리고 있으니,
밖에서 눈꺼풀을 강제로 비틀어 열었다.
「좋은 아침이야.」
「…….」
역광에, 백의에 몸을 감싼 카와세가 떠오른다.
빛이 너무나도 눈부셔서,
졸음 따위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떠올린 이 상황에, 나는 기세 좋게 벌떡 일어났다.
…아무리 마취를 당했다고 해도,
나태하게 계속 잠들어 있던 자신의 얄팍함에 신물이 난다.
그런 내 상태를 보고서, 카와세는 마스크 속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피에 젖은 기구를 정리하면서도,
나에게 거울을 건넨다.
「눈의 움직임, 확인해 봐」
「움직임…?」
「의안이 들어가 있으니까」
수술실에 걸맞은, 간소하고 검소한 거울이다.
적출해냈을 왼쪽 눈에는 검은 눈동자가 박혀 있다.
카와세도 이쪽을 들여다보고는, 요란스럽게 손을 움직이며 내 눈을 쫓았다.
「통증은?」
「없어.」
「데굴데굴 굴러다니진 않아?」
「전혀.」
「그래. 가동성도 문제없는 모양이네」
「그치만 의안 같은 거 들은 적 없다고」
「너는 바보니까, 상처를 헤집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말야」
「응 뭐어…….
하지만 역시나 카와세구나,」
「…겸사겸사 이케다 저택에 있었던 의학서를 참고로 했을 뿐이야.
아래를 보고 있으면 떨어질 지도 모르니까, 조심해」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돼」
소매 안에서 검은 안대를 꺼낸다.
박사가 늘 그랬듯이, 나도 왼쪽 눈에 댔다.
「잘 어울려, 정말이지」
「박사는 어디에 있지?」
옆 수술대가 비어 있다.
방금 전까지 그와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기분이 들지만, 오래 전 일처럼 느껴져 버리고 만다.
조금 서둘러 물으니, 카와세는 귀찮은 듯 대답했다.
「방에서 기다린다네」
「수술은!?」
「성공이야. 안타깝게도」
쫑긋 하고, 머리 꼭대기를 매달린 심정이 된다.
나는 수술대에서 내려, 카와세 옆을 빠져나갔다.
「어이! 나한테 해야 할 말이 있잖아!」
「잘도 우리들한테 닿았구나,」
「직접 만진 건 아니니까 말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카와세는 피에 젖은 기구의 소독을 시작했다.
눈을 벌리는 기구라는 건, 마치 고문 도구와도 같다.
그것을 겁내지도 않고 다루다니, 평소에 고문관처럼 행동하는 것은 겉멋이 아니다.
「뒤처리는 맡겼다」
「너 죽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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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눈을 막고 있어서 그런지, 복도가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보인다.
평소와 다르게 보이는 세계 속에서, 나는 박사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왼쪽 눈이 악화된 것은 지난 주 일이었다.
차의 운전을 부하에게 맡긴 것을 묻고 있던 중에,
시야가 좁아져 어두운 곳을 혼자 걸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털어놓았다.
내가 따져 묻지 않으면, 그는 분명 계속 말하지 않았겠지.
카와세가 의사로서 성숙해지기를 기다릴 여유는 없었다.
그리고 그 결정은 옳은 것이었다고,
진심으로 생각한다.
침실의 문을 열면, 박사는 창가에 서 있다.
내 서두르는 구두 소리에 돌아보니, 싱글벙글 웃으며 회답한다.
가늘게 뜨고 있던 눈을 열면, 거기에는 까만 눈동자가 빛나고 있다.
내 왼쪽 눈은 푸르렀을 터.
하시히메의 효력은, 그 눈에 계승되지는 않는 것 같았다.
그것이 무엇보다 「박사의 일부가 되었다」 고 하는 증표처럼 보였다.
그에게 달려갈 셈이었지만, 마지막 두 발짝을 조심조심 참아낸다.
「어떤, 가요」
「문제는 없습니다. 자, 이렇게 움직일 수도 있어요」
「다행이다…. 카와세의 실력은 대단하네요」
「네에. 그는 대단한 외과의입니다.
중간에, 저의 마취가 일시적으로 끊긴 것 같은 기분도 들었지만, 착각이겠죠」
분량을 틀리다니 그런 일이 있을까.
박사에게 하나자와를 빼앗긴 그라면, 개인적인 원한으로, 같은 일도 있을 수 있겠지만.
하지만 시한폭탄이라도 설치되어 있는 게 아닌 이상,
이식 수술은 확실히 성공한 것 같았다.
…카와세는 아직, 의학부 학생이다.
이것을 눈부신 공적 중 하나로 세 주었으면 했지만,
아무래도 위에 들키면 문제가 되는 모양이다.
그런데도 어째서 그가 수락해 주었느냐 하면…….
「!」
활짝 웃음을 피우는 박사.
돌아보면, 방 입구에 카와세가 서 있다.
침을 뱉듯이 장갑이나 가운, 마스크를 벗어 어지르며,
문에 기대어 한숨을 내쉬었다.
「전액, 현금으로, 나한테 건네러 와」
「네, 네. 그런 약속이었죠」
치료비로 요구된 것은, 히카와 저택의 저축 삼분의 일.
박사가 문제라고 곤란했던 것은 지불액이 아니라,
그 건네는 방식이 「현금」 「직접 전한다」 였던 것이다.
「다음 주 초 쯤에는.
하지만 차 한 대로는 다 옮기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몇 번이고 왕복해서 이케다 저택까지 오는구나」
「그렇게나 박사를 괴롭히고 싶은 거냐, 짓궂은 놈」
「뭐야 그 태도…. 아아, 기생충이 숙주를 걱정하는 건 당연한 거지」
「멋대로 말하던가」
「싸, 싸우지 말아 주세요.
그것보다 카와세군. 이런 저를 위해 힘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용히 우리를 타이르는 박사.
카와세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우리들의 시야에서 빠져나갔다.
「감사는 전하지 않는 게 좋아요」
「네에?」
「제대로 대가는 지불하니까. 그러니까 너무 그 녀석에게 빚을 진 것처럼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하지만…」
「저랑 카와세는 그런 관계인 거예요」
나는 창가에서 떨어져, 침대 쪽에 걸터앉았다.
박사는 웃고 있었지만, 내가 상상하던 반응은 아니었다.
……좀 더, 기뻐해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어쩐지 의심스러워져서, 그에게 질문 몇 가지를 던졌다.
「이 손가락, 잘 보이나요」
「네. 3개네요」
「이건?」
「4개와 3개」
「그럼 이건?」
「그러니까…… 차 따는 농가?」
「아뇨 달팽이입니다」
오른손의 중지와 검지를 세우고,
손등에 왼손 주먹을 올리면 달팽이 완성이다.
박사는 쓴웃음을 짓지만,
언제나처럼 호들갑스러운 웃음소리는 들려주지 않았다.
「회복 축하로는 뭐가 좋은가요?」
「축하라니…」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말해 주세요」
「저야말로 너에게 감사의 마음을…」
「필요 없습니다, 그야 당연한 일이니까요」
「당연한…,」
고개를 떨어뜨리고는, 왼쪽 눈의 눈꺼풀을 만지는 박사.
시름에 잠긴 표정으로, 그는 불안하게 입을 연다.
「정말로…. ……저로 괜찮았던 걸까요」
「……,」
말의 진의를 알 수 없다.
이유를 물으려고 하니, 갑자기 전화벨이 울린다.
「제가…」
「제가 받겠습니다」
…그가 걱정하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는 만족감으로 충만해져 있었다.
확실한 발걸음으로, 수화기 쪽으로 향하는 박사.
저쪽이 일방적으로 말을 걸어오는 건지, 박사는 끄덕임으로 일관하고 있다.
나는 손을 모아쥐곤, 부랴부랴 그의 옆으로 다가간다.
그는 얌전한 얼굴로 수화기 코드를 꼬고 있었다.
네에,
아아,
하아.
시종 변함없는 표정으로, 대꾸를 하는 박사.
…비보인가. 길보인가.
수화기를 놓고선, 한숨을 내쉰 뒤 눈꺼풀을 감는 박사.
침착했다, 고 생각했더니.
「타마모리군, 어떡하죠…!」
「!?」
비보도 길보도 아닌, 박사는 반가운 소식에 경탄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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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는 올해 들어, 대 지진무기 이자나기를 완성했다.
검증에는 육군 연구자 뿐만이 아니라 영국의 연구자들도 영입해,
두어달 동안 사가르마타 기슭에서 실험을 하고 있었다.
…라는 것 같다, 고 해도 내가 나로 바뀐 것은 아직 네 달 전의 일이므로,
그 이전의 일은 잘 알지 못한다.
이자나기는 세계 각지에 설치되어, 지금도 지진 지대를 진정시키고 있다고 한다.
이자나기의 힘은, 실험의 성공과 함께 증명된 것이다.
그리고 그 소문은 영국의 연구자를 통해 위대한 어쩌구 학자에게 전달되어서,
학자들로부터 세계적인 어쩌구 평화상의 추천을 받았다고 한다.
이자나기의 힘뿐만이 아니라,
군비를 평화적으로 이용한 것이 평가된 이유라고 한다.
…만약 상을 수여하게 된다면 매우 명예로운 일이 된다.
제도 전체가, 이 전야를 축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축하라고 하면 또 무엇인가.
그것은 태고부터 변함없는 「축제」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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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소식이 있은 다음날 낮,
히카와 저택에는 육군이 수배한 사용인들이 들어왔다.
실내 전체에 빛이 들어와, 처치 곤란했던 댄스홀인지 뭔지의 전모를 본 순간은,
역시나 나도 말문이 막혔다.
조리실이나 담화실까지 사용인의 손길이 들어가, 오랜 먼지가 떨어진다.
박사에게 이런 일이 올 줄, 이 저택은 알고 있었던 걸까.
벽에 붙어 있는 쟈노메蛇の目조차, 오늘은 싱글벙글 웃는 것처럼 보였다.
저녁에 되면, 박사를 찾아 계속 손님들이 몰려든다.
육군 상층부의 높으신 분들이 그의 주위를 벌레처럼 뒤덮고 있지만,
본인은 억지웃음을 짓고 있다.
편한 부하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아,
원래 사람과의 교제가 서툰 박사는 무척 답답해 보인다.
담화실도 아닌, 현관 홀 입구에서 붙잡고 있다니 꽤 무례한 놈들이다.
그런 박사를 계단 위에서 바라보고 있으니, 그가 문득 이쪽을 눈치 챈다.
모기떼들에게 가볍게 이사하고는 벗어나, 나를 향해 계단을 올라온다.
……도망치려면, 좀 더 제대로 끊고 오면 좋을텐데.
나는 일부러 복도까지 나와, 박사의 퇴로를 만들었다.
「불린 척 하고, 도망쳐왔습니다」
「별로 상대하지 않는 게 좋아요」
「…개발비를 아까워했던 주제에, 이제 와서 자기들 공로로 하려고 하다니」
「이제는 정말로, 육군에 의지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렇군요.
연구소를 독립시키는 것도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내 손을 잡고, 목소리를 올리는 박사.
…장갑의 부드러운 감촉에, 매번 가슴이 덜컥 하는 나도 뭔지.
「그리고 박사…….
그거, 절대로 사용하지 말아주세요」
「?」
「오늘은 당신에게 있어서 중요한 날이니까」
「어, 서, 설마, 오늘도, 해, 해주시는 건가요…?」
「…일과, 니까요」
「아아아!!!」
「알겠습니까, 당신의 명예를 위해서 입니다!
만에 하나라도, 이상한 연구자라고 생각되고 싶지 않잖아요」
「걱정 감사합니다!」
주어 없는 약속은 정말이지 불안하다.
나는 박사의 새끼손가락의 새끼손가락을 걸고,
재빨리 끊은 후 이 자리를 떠났다.
「어디에 가시나요!」
「방에서 잠깐 쉬고 있을게요」
「오늘은 계속, 제 곁에 있어 주셨으면 해요」
「……,」
「안, 되나요?」
「저는 연구원도 아니고, 당신 곁에 있는 것도 이상할 테죠」
「하지만…」
「오늘의 주역은 당신이니까.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알겠습니다,」
불안한 듯한 목소리로 그렇게 답하는 박사.
내가 등을 돌리고 대화를 끝내면, 주변에서 대기하던 사용인들이 박사를 바로 붙잡았다.
오늘 그는 바빠지겠지.
침실만은, 사용인들의 손길이 닿은 흔적은 없었다.
등도 켜지 않은 채로 누우면, 절로 하품이 나온다.
그 후로 느긋하게 굴러다니며, 박사의 냄새로 장롱의 냄새를 덮어씌운다.
얼마 후 얌전하게 창밖을 바라보면, 어스름하게 달이 떠오르는 듯 했다.
바람이 세다.
밖에서 부는 공기의 차가움은, 10월의 바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오늘 바람에는 폭풍이, 제도를 어지럽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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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와 나의 관계는, 주변에서 보면 이상하겠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보면, 갑부가 남자를 키우고 있거나.
아니면 방종한 남자가, 부자를 속이고 있거나…….
오늘은 많은 곳에서 신문기자가 초청된다고 한다.
이상한 부분까지 캐묻는 것이 그들의 일이라,
반드시 박사의 편이라는 것도 아니다.
이른바 나는 박사의 어두운 부분이므로, 이렇게 그늘에 숨어있는 것이 정답인 것이다.
…하지만.
방 전체에, 그리고 복도까지 늘어선 전성관에서,
경쾌한 재즈가 흘러나온다.
나는 어둠 속에서 벌떡 일어나,
멍하니 주변을 둘러본다.
…목이 마르구나. 마실 거라도 받으러 가자.
그렇게 한 걸음 방을 나오니, 나는 아연실색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차려입은 사람들이, 복도를 유유히 걷고 있다.
부인에 신사에, 대략 박사의 지인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미인까지.
축제를 좋아하는 사람이 축제 좋아 하고 소리를 높이며, 축제의 흥을 더욱더 돋우고 있다.
나는 마치 메이지의 망령 같은 느낌이 들어, 조심스럽게 그 자리를 피했다.
애초에 저택에 있는 게 실수였다.
오늘은 차 안에서 자고, 정리되면 아침에 돌아오자.
그런 생각으로 복도를 빠져나가고 있으니,
갑자기 옷깃을 뒤에서부터 잡혀온다.
그야말로 도깨비에 홀린 마음으로 돌아보니,
하나자와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타마모리,」
「하나자와! 너도 초대됐구나!」
「아아. 어디에 갈 생각이지?」
「바, 밖에…. 조금 머리를 식히고 오려고」
「오늘 밤은 폭풍이 부니까. 머리를 식히기에는 딱 좋을지도 모르겠군」
「잠깐 잠깐만 기다려!」
「?」
「하나자와야 말로, 커피 가지고 어딜 가?」
하나자와는 한 손에 두 개, 커피 컵을 가지고 있다.
「3층 서고다. 너도 올 건가」
응응 하고 끄덕이면 하나자와는 말없이 앞으로 걸어 나간다.
하나자와보다 키가 큰 사람도 없으니, 그가 움직이면 인파가 멋대로 갈라진다.
나는 그 뒤를 따라, 3층으로 향했다.
3층 서고에는 소파가 운반되어,
담화실로 바뀌어 있었다.
음악이 바깥과는 달리 애수에 찬 클래식이 흐르고,
모두 떠들썩함에 지쳤는지 조용히 소파에 파묻혀 있다.
담배 연기가 가득 차, 방 안쪽까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그런 방 안을 그저 걸어가, 하나자와는 어떤 테이블에 커피를 뒀다.
「…….」
내가 온 것도, 커피를 내민 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책을 읽고 있는 미나카미.
그의 반대편에는 나를 노려보는 카와세.
하나자와가 가장 안쪽에 앉아서, 나는 필연적으로 바로 앞의 의자에 앉았다.
4명 모두 모인 것은 한달 만인가.
즐거운 대화 소재를 찾았지만, 카와세의 시선이 신경쓰여 그럴 정신이 없다.
「…따분해 보이는구나,」
「돌아가고 싶은데, 밖에는 폭우 때문에 차도 못 나간다고 하고.
인생에서 두 번째로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
「언짢아 보이는 건 그것 때문인가……」
게다가 이렇게나 비를 몰고 다니는 남자가 모여 있으니, 폭우가 오는 것도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와 줘서 기쁘다고!」
「억지로 데려와 진 거야」
하나자와 쪽을 바라보는 카와세.
책에 눈길을 주고 있던 하나자와지만, 그 시선을 눈치채곤
덧붙이듯이 중얼거린다.
「친구의 기쁜 날 이니까」
「기쁜 날의 전야제잖아, 아직」
「그렇군. 연미복으로 갈아입을 필요가 있다」
「…,」
우물거리는 카와세.
내가 공격하면 그 이상의 말로 되갚아주면서,
하나자와 앞에서는 바로 주먹을 푼다.
나는 하나자와의 힘을 빌릴 셈이 되어, 그런 카와세를 히죽히죽 웃으며 바라본다.
「어라, 타마모리구나」
「아아. 오랜만이야 미나카미」
그의 둔감함에는 이제 익숙해졌다고 할까, 이제는 어쩔 수 없다고나 할까.
어쨌든 나는 그의 변함없는 미소에 안도한다.
그러자 하나자와가 책상을 두드려, 미나카미에게 커피를 가져온 것을 알린다.
미나카미는 고맙다고 말하고, 뜨거운 커피에 입을 댔다.
「수호전… 다 읽었다」
「오오, 빠르구나」
「……,」
하나자와가 드물게 얼굴을 붉히고 있다.
실룩거리는 입 꼬리를 누르고, 눈을 감고는,
어쩐지 수줍게 보이는 것이다.
「어땠어?」
「…재미있었다」
「그렇지. 하나자와는 분명 무협물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어」
「……,」
「다음은 금병매를 읽으면 좋을 거야」
미나카미는 일어서서, 하나자와를 위해 책장으로 간다.
그렇게 낡고 두꺼운 책을 가져오니, 하나자와의 앞에 둔다.
그러니 하나자와는 한순간 눈을 반짝이고는,
하지만 곧바로 평소대로의 시선으로 읽기 시작한다.
…하나자와는 순수하게 기뻐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것 같지만,
그의 마음은 우리에게는 죄다 꿰뚫렸다.
미나카미는 또 내 쪽을 보고선, 고개를 갸우뚱하며 머리칼을 흔든다.
「여기 서고는 대단하네, 세계의 책이 전부 모여 있어」
「네가 읽어주면 이 서고도 기뻐할 거야」
「하루 종일 있고 싶어」
「상관없잖아? 너도 타마모리군처럼 그 녀석한테 기생해 봐」
「그러니까 기생이라니 너 말야!」
「그 말 대로잖아?」
비가 오는 것과, 이 자리가 히카와 저택인 것과.
여러 요인이 섞여 카와세의 기분이 최악의 최악으로 추락하고 있다.
이제 더는 상대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그는 슥 다가서듯이, 소파에서 일어났다.
「…나는 아직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
「아무리 그녀석이 없으면 생계가 위험해 진다고 해도,
눈을 이식하다니 정상이 아니야」
「그렇지. 눈 상태는 어때?」
「미나카미는 조용히 해.
있지 타마모리군, 이제 슬슬 정신 차려」
「…….」
「그 녀석을 속여서 이 집을 빼앗을 생각 아니었어?」
「그런 거냐, 타마모리」
하나자와 까지 나에게 눈길을 돌린다.
…카와세는 정말이지 쓸데없는 말 한마디가 너무 많다.
이전이라면 적당히 카와세가 원하는 답을 해 주었지만,
오늘의 나는 조금 담력이 자랐다.
「확실히 그럴 생각이었지. 하지만 이제는 추호도 없어」
「!」
「나는 이제부터, 박사의 오른쪽 눈이 되려고 생각한다」
「하아?」
「기쁘다, 타마모리. 나는 너와 박사의 친우로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워」
「고마워 하나자와」
「아니, 아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박사가 너희들에게 뭘 해줬다는 건데」
「나도 히카와 씨와 친해지고 싶네」
「……!?」
미나카미의 동참에, 마침내 말문이 막힌 카와세.
아무도 카와세를 책망하지 않고. 여기에 없는 박사를 생각하고 있다.
카와세에게 있어서 오늘 밤은 지옥의 밤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도 빨리 카와세가 이 경지에 이르기를 바라고 있다.
「있을 수 없어……. 기분 나빠, 진짜 기분 나빠……」
「뭐어 카와세. 수호전이라도 읽고 침착해,」
「미나카미도 어지간히 우둔하네!
그걸로 어떻게 침착하라는 거야! 중국 사대 기서 어쩌고 불리는 그거에서 말이야!」
카와세의 분노가 폭발하게 된 즈음,
전성관에서 흐르는 음악이 바뀐다.
기분 좋은 왈츠 소리에, 모두 목소리를 가라앉힌다.
아무래도 댄스홀에서, 무도회가 시작된 것 같았다.
그러자, 아까까지 무겁게 자리를 지키고 있던 남자들이 슬슬 서고를 빠져나간다.
마침내 4명만 남아, 우리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무도회 목적인가. 야비한 놈들이군」
「헤에 의외구나. 틀림없이 하나자와도 그것 때문에 왔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시해」
집중이 흐트러졌는지 책을 덮는 하나자와.
담뱃대에 담배를 밀어 넣고, 잠깐 숨을 돌리기 시작했다.
「타마모리군은 안 가?」
「나는……. 미나카미는?」
「흥미는 있지만, 책 읽는 걸 멈출 수가 없네」
「그렇겠지」
그리고 카와세도 결벽증 때문에 사람과 접촉할 수 없다.
결국 우리 4명 모두 일어서지 않았다.
애초에 댄스란 대체 무언인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에 「무도회」 라는 것이 있어서.
여자는 하늘색의, 장밋빛의, 고운 무용복을 몸에 걸치고 춤춘다고 한다.
소녀의 시선에서 메이지 중반 시대를 나타낸, 아름다운 작품이다.
평소의 나라면 문학적 욕구에, 그 광경을 보러 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내 가슴에 묘한 먹구름이 깔리고 있었다.
…박사는 어쩌고 있을까.
그 사람은 신이 나기 쉬우니까, 향락에 잠긴 것은 아닐까.
오늘 밤의 주역인 그가, 바보인 부분을 과시하며 춤추고 있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아니아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 나는.
그와 나는 단순한 친구지,
그가 누구와 무엇을 하든 붙잡을 권리 따윈 없는 것이다.
…며칠 전에도, 박사가 몰래 운전수를 고용한 것을 책망해버렸다.
결국, 박사가 눈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말해 주는 계기가 됐지만,
나는 나의 추악함이 부끄러웠다.
그것을 지금 다시, 생각하게 되다니.
「저기 타마모리.
언젠가 다시 히카와 씨를 소개해 주지 않겠어」
「어, 어째서?」
「책을 읽게 해준 감사를 하고 싶어」
「그럼 내가……,」
……대신 전해둔다.
그렇게 말하려는 순간, 몸속에 전류가 흐른다.
「!!!」
무심코 몸을 웅크리고, 기가 죽었다.
하지만 그것은 통증에 댈 만한 것이 아니다.
「…?」
「아아아, 아무것도 아냐…」
…박사에 대한 마음을, 전부 철회하고 싶어진다.
한번 뿐만이 아니라, 세 번 네 번 울리는 번개에, 나는 식은땀을 흘렸다.
「상태 안 좋은 거야?」
「아, 아니…. 아니!! 그럴 지도 몰라……!」
「쉬다 와, 혼자 갈 수 있어?」
「갈 수 있어, 혼자…!」
「……,」
카와세에게 회의적인 시선을 받아버린다.
나는 그런 그에게 방긋 웃고는, 서고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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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뛰어 든 것은, 박사의 컬렉션 룸 이었다.
다른 나라의 토산품으로 방은 가득 차, 현지에서 교환했다고 하는 카펫이 커튼처럼 달려 있다.
마치 서커스 오두막 같다.
나는 손전등을 한 손에 들고, 어떤 것을 혈안이 되어 찾고 있었다.
그러자, 등 뒤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부랴부랴 찾아온 박사는, 내 눈을 보지 않고 입구의 램프에 불을 넣었다.
「타, 타마모리군. 안녕하세요…….」
박사의 옆에 다가가서, 그 멱살을 잡는다.
내 모습에 떨면서도, 묘하게 흐뭇한 얼굴을 하는 것이 괘씸하다.
「타마모리 군이 보이지 않아서, 그, 이걸로 불러내려고…」
「그렇다고 해도 이런 때에!!!」
내 몸 속에는 지금, 박사가 만든 조그마한 성인용 장난감이 들어 있다.
스위치 하나로 안에 들어 있는 톱니바퀴를 원격으로 조작할 수 있는 대단한 물건이다.
이나자기를 응용해서 만든, 엄청나게 엉뚱한 발명품이다.
…나는 한 달 전부터, 박사의 간청에 따라 의무적으로 착용하고 있다.
설마 하고 생각했는데.
설마 하고 나쁜 예감이 들긴 했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 겁니까…!!」
「실은 저도 스위치를 잃어버려서, 곤란해 하고 있었어요……」
「거짓말 마!!」
「예비 스위치도 못 찾았나요?」
「……읏,」
이 가슴을 흔들고, 죽을 때 까지 그 뺨을 때리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런 「나」를 필사적으로 누르고,
마침내 그의 가슴에 기대어 버렸다.
「…지금도, 조금……움직이고 있어요」
「……,」
새끼손가락 크기만큼 축소된 박사의 그것이, 내 안에서 흔들리고 있다.
「이제…, 용서해 주세요」
박사가 기학성이 없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니 내가 꼬리를 내리면, 그는 면목 없어져 바로 스위치가 있는 곳을 알려 줄 거라고, 생각했다.
「!」
갑자기 나의 등을 안고, 잡은 오른 손을 높이 드는 박사.
문 너머로 흐르는 왈츠에 맞춰, 천천히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손님 접대에 지쳐서, 망가졌나?
나는 이 녀석을 죽이고 싶다는 마음을 필사적으로 누르고,
어쩔 수 없이, 이 흔들림에 몸을 맡기기로 했다.
「제가 몸을 붙이면, 너는 뒤로 당겨주세요」
「……,」
「잘 하셨어요. 그렇게 제가 끌어당기면, 부디 이쪽으로」
더욱 강하게 어깨를 안긴다.
이 좁은 실내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리가 없는데,
뭐가 그렇게 즐겁다는 건지.
나 따위는 상관 말고, 넓은 댄스홀에서 춤추면 좋을 텐데…….
「지금은 무도회 도중이잖아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여기에는, 아무도 오지 않아요」
「!, !」
그러자 다시, 내 안에서 장난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불안한 발걸음을, 박사는 억지로 스텝으로 바꾼다.
무엇보다 강요하는 게 늘어나는 것腰元が膨らんでいる에, 나는 다시 화를 냈다.
「…적당히 해 주세요…!」
「무슨 얘기인가요,」
「장난감 얘기입니다……!!!」
「그러니까 저도, 스위치를 잃어버려서 곤란해 하고 있어요」
「……읏,」
「괴로우시다면, 제가 여기서 빼 드릴게요」
박사는 이런 남자가 아니었을 터였다.
그런데도 그는 승낙 없이 나를 껴안고는, 근처의 의자에 앉힌다.
「바지를 내리고, 뒤를 향해 주세요」
「바, 박사……,」
「나쁜 짓은 하지 않아요
밤까지 빼지 않겠다는 약속… 지켜주신 답례입니다」
벌이고 부탁이고 보상이고, 전부 하는 짓은 똑같지 않은가.
그런데도 나는 온순하게, 그의 말에 따르고 있었다.
의자 뒤에 무릎을 꿇고, 등받이에 손을 얹는다.
천천히 바지와 속옷을 내리고는, 박사의 앞에 치태를 보인다.
「예뻐요……」
「빨리 빼 주세요……,」
음부에서 늘어뜨리는 붉은 실에, 손가락을 묻히는 박사.
그리고 진동에 강약을 더해가며, 조금씩 빼 나간다.
나를 안아 몸을 겹치고, 셔츠 위로 가슴 끝을 부드럽게 문질렀다.
…셔츠 위에서도 보일 만큼 세우니,
손끝으로 천천히 쓰다듬는다.
「쓸데없는 짓을……!」
「그래도 너의 가슴, 이렇게 부풀어서…」
「빼라고 했잖아요…!! 아, 아래도 다시 밀어 넣지 마!」
「네가 빨아들이고 있는 거예요, …아아 봐요, 또…….」
그렇게 말하고는 내 안에 손가락을 파묻는 박사.
커다랗고 섬세한 손가락이, 떨리는 장난감의 끝을 누르고 있다.
내 여린 장소에 그것을 파묻자,
그는 있는 힘껏 진동을 최대까지 올린다.
「으……바,보!!!」
벗어나려고 하는 내 몸을 꼭 안고, 가슴을 강하게 쥐어짠다.
「부디 꾸짖어 주세요……,」
「읏……, …!?」
절정을 맞게 된 순간, 끈을 재빨리 당긴다.
이물질이 나오는 감각은, 몇 번 느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자존심 같은 건 그렇게 몇 번이나 망가뜨려 왔는데,
다시 쌓아가고 있는 나도 좀 그렇다 싶다.
「…보지 말아 주세요…!」
「어째서요…?」
…내 열이 이동하며, 따뜻해져 있는 그것.
박사는 손바닥에 싸서, 장갑채로 가슴 주머니에 넣어버렸다.
발밑에는 역시나, 장난감을 조작하는 스위치가 떨어져 있다.
박사는 내 눈에 보이지 않도록 그늘로 밀어넣지만,
나도 화낼 기력은 없었다.
「…오늘은 당신에게 있어서…… 중요한 날일 터입니다.
이런 일,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오늘 밤은 너를 안으려고 정한 날입니다.
특별한 일은 없어요.」
궤변이라니, 멋진 어른의 대사가 아니다.
뭔가 물어뜯어주자고 생각하니,
박사는 내 안으로 손가락을 집어넣는다.
「너도, 계속 저를 원했던 거네요…,」
「…!」
「아아, 사랑스러워요. 어쩜 이렇게 솔직하고… 어쩜, 아아……」
「기, 기다려 박사…!」
그리고 손가락이 빠져나왔다고 생각하니,
대시 그의 귀두가 억지로 들어온다.
…오늘의 그는 조금 상태가 이상하다.
마음의 준비를 기다리지도 않고, 반 강제로 삽입했다.
「읏 아, ……!」
「…,」
길고, 단단한 거의 성기가, 내 안을 자극한다.
장난감으로도 손가락으로도 닿지 않는 그곳에,
그는 쉽게도 밀어 넣어 이슬을 발라 온다.
「아까보다 너의 안…, 뜨거워져서……! 이렇게, 저를……!」
「시끄러웟……!」
천천히, 파도처럼 허리를 움직인다.
왈츠에 맞춘 그 움직임이 기분 나빠서,
그래도 그 수치심까지 포함해 기분 좋아서.
나는 침을 닦아가며, 필사적으로 목소리를 억눌렀다.
「알아요? …지금, 네가 가장 좋아하는 곳……,
비벼지고 있어요…,」
「…이, 일일히…!」
「하지만 말하지 않으면……,
타마모리군, 화, 화내버리니까……!!」
「……읏!!」
멋대로 가는 게 곤란하다, 고 예전에 말했을 뿐이다.
그것을 화냈다고 말하는 것은 뜻밖이었다.
「용서해, 주세요……」
「읏! …! ……!」
음악의 선율에서 벗어나, 움직임을 서두르는 그.
머리도 땀으로 흐트러져. 꾸미고 있었던 미의식이, 거칠게 부서진다.
「박사……, 이제…!」
「아아…, 갈 것, 같군요…!」
「……읏!」
「부디 제 손에…… 내어 주세요……!!」
섬세한 손놀림으로 성기를 만져 온다.
그 순간, 참지도 못하고 사정했다.
두 차례에 걸쳐서, 그의 손바닥을 더럽힌다.
…권태감과 수치심에 참지 못하고, 나는 그대로 의자에 쓰러진다.
박사는 진즉 싸내었는지,
내 안에서부터, 그의 정액이 대량으로 쏟아졌다.
…라고 생각했지만, 그의 성기는 아직도 서 있다.
봐 버린 이상, 방치할 수도 없다.
내가 평소대로 입으로 하려고 했을 때,
의외로 박사는 몸을 사렸다.
「타 타 타마모리군……」
「뭡니까…?」
「아직 누그러질 것 같지 않아서……」
이걸로 만족하지 못 하는 건가.
나도 아직, 몸이 열에 들뜨고 있다.
말 대신 다리라도 열까 생각했을 때,
박사는 무엇인지 어둠 속에서 좋지 않은 물건을 꺼냈다.
「사실은 저번에… 또 새로운 장난감을 만들었어요」
「…!?」
「오늘은 너에게 시험을 받는다고 생각해서…」
내 눈 앞에, 그것을 쓱 들이민다.
……지극히 평범한 성인용 장난감이다.
박사의 성기를 본뜬 그것을 지극히 평범하다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제정신으로 있을 리 없다.
넌더리난다는 얼굴을 보인 순간, 갑자기 꾸물꾸물하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내 놀라는 얼굴을 보고서, 박사는 고양된 듯이 웃었다.
「아코디언 같은 주름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사용한 감상을 들려주세요」
「물어봐서 어쩌려는 건가요…」
「개량에 개량을 거듭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한 단계, 강도를 높이는 박사.
장난감은 수초와 같이, 단아하게 흔들린다.
내가 끄덕이지 않는 것에, 조금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 같은 그였다.
박사의 쓸쓸해 보이는 얼굴을 보고, 나는 마침내 마음이 꺾일 것 같아졌다.
「절대로 싫어요」
「에에…」
「네」
「절대로?」
「네」
문답을 반복하면서, 한 단계 한 단계 속도가 올라간다.
주고받기가 열 번을 넘어섰을 때일까,
사르르 불꽃의 심지처럼 흔들리던 그것이,
폭발했다.
작은 폭풍과 불꽃을 가지고,
그 자리에 덧없이 흩어진다.
멍하니 있던 박사지만, 재에 더러워진 뺨을 닦으며 웃음 소리를 냈다.
「어, 어라! 이상하네! 어라라!」
「……」
「그러고 보니 상한속도를 설정하지 않았네요,」
「……」
곧바로 박사를 올려다본다.
당장이라도 도망칠 것 같은 그의 넥타이를 잡고,
얼굴 가까이 끌어당겼다.
「아하하…」
나는 지금까지, 박사의 행복을 깨뜨리지 않도록 살아왔다.
…이 세계에서만은.
박사를 자유롭게, 마음 가는 데로, 살게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데도 정신이 드니 나는, 넥타이로 그 목을 조르고 있었다.
「우읏!」
「제 안에서 폭발했으면, 어쩔 셈이었나요」
「우우, 읏……」
「대답해,」
「제가 책임지고…! 평생 너를, 부양합니다!」
「그런 거 대전제잖아요!!」
「타, 타마모리군…!」
「기뻐하지 마라!!」
그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아, 나는 그의 급소를 한 손으로 잡는다.
「앗 아!!」
한심한 목소리를 내며, 그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안되겠다.
나는 나의 폭주를, 멈출 수가 없다.
만약 다음에도 그가 웃고 있다면, 나는 분명 또…
그에게 폭언을 내뱉고 만다.
「!?」
그러자 뜻밖에도.
지금까지 괴롭게도 버티고 있던 주제에, 무턱대고 척 일어나는 박사.
나를 바라보는 눈동자는, 어째선지 더없이 맑아 보였다.
「이제 됐어요, 타마모리군」
「뭣,」
「이제 평소의 타마모리군이네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사실 저, 이 한 달 동안 너를 화나게 하려고 일부러 행동하고 있었어요」
「……」
「작은 장난감을 매일 하고 있게 부탁한 것도 그렇습니다」
「……」
「저기, 그 외에도 이것저것 짚이는 구석이 있죠」
「거짓말 하지 마」
「거짓말 같은 게 아니에요. 전부 네가 너답게 행동하길 바라서…」
박사의 가슴을 걷어차니, 그는 비틀거린 후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나는 그의 위에 올라타,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 멱살을 잡았다.
「화내는 제가, 본모습이라고 말하는 겁니까!」
「그런 게 아니라…!」
「…저, 저라도…!!」
내 안에는, 또 한 명의 내가 살고 있다.
박사를 난폭하게 대하는 하이드와, 그 반대인 지킬이.
하이드야말로, 지금까지 이 세계를 살아왔던
「나」 임이 틀림없다.
내가 몇 번 그 녀석을 죽여 없앤다고 해도,
박사 자신에 의해 일깨워진다.
「상냥하게 대해주고 싶다고요…!」
「!」
이 마음이 전해졌는지는 모르겠다.
단지 박사는 몸을 일으켜, 내게 얼굴을 가까이 대었다.
「사실은…… 네게 미움 받으려고 마음먹었어요」
「…!」
「한 달 전, 눈이 나빠지기 시작해서.
그래도 너에게 털어 놓았더니, 상냥한 너는 제게 몸을 나눠줘 버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
「후회하고 있지 않나요?」
「…박사,」
「이런 저와, 맺어진 것을…」
박사는 내 눈을 보고, 울 것 같은 목소리로 물어왔다.
그 울먹이는 눈동자를 보고 있을 수 없어서, 나는 입맞춤으로 왼쪽 눈을 감게 한다.
「어떻게 하면…, 당신을 안심 시킬 수 있나요」
이렇게 당신 곁에 있으면서.
이 눈도 몸도 바치고 있는데.
아직 부족하다고 말한다면, 나는 무엇을…….
「댄스홀에서, 저와 같이 춤춰주세요」
「!」
「너를 제가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소개하고 싶습니다」
「소개라니…」
「너와 나의 관계를. 모두에게도」
「그러면 당신의 명예가……!!」
「……,」
박사는 미소를 띤 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역시 몇 번을 다시 봐도, 나와 박사의 관계는 일그러져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잣대를 대어 봐도,
우리들의 관계는, 분명 아무에게도 인정받을 만한 게 아니다.
박사의 어두운 부분이면서도,
그에게 빛을 받은 거라고.
그의 상냥한 마음을, 내 것으로 만들어서라도.
나는 그에게 기대어, 그 가슴에 뺨을 가져다 댔다.
「하나자와와 미나카미는, 깜짝 놀라겠죠」
「네」
「카와세가 이러쿵저러쿵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럴 것 같네요」
「저를, 지켜줄 수 있나요」
「네」
…나는 내가 싫다. 그러니까 나를 사랑하는 사람 따위 신용할 수 없다.
하지만.
「박사, 사랑하고 있어요」
박사의 한결같은 사랑에, 마음을 고쳐먹게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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